M&A·IPO 냉각 후폭풍…사모펀드, 투자 회수 난항

작년 투자 수익금 지급율 11.2%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
사모펀드 자금조달도 대형사 쏠림

주요 금융기관이 모여있는 뉴욕 맨해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후폭풍으로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에 출자한 자본투자자(LP)들에게 돌려주는 수익금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을 정도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인 레이먼드제임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모펀드들이 LP들에게 지급한 수익금이 사모펀드 업계가 보유한 전체 순자산가치(NAV)의 11.2%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4년간 평균 지급률(25%)의 절반 이하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8.9%) 이후 가장 낮은 지급률이다. 사모펀드들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얘기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2022년 이후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이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자 기업이 팔리지도, 상장하지도 못하면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IPO는 128건으로 2022년(90건)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2021년(416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M&A 역시 2022년 2조 9700억 달러에서 지난해 2조 2000억 달러로 32% 감소한 것으로 S&P글로벌은 파악했다.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신규 투자금이 부족해졌다. 이에 사모펀드들의 신규 펀드 개수는 지난해 29%나 줄었다. 수나이나 신하할디 레이먼드제임스 글로벌헤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나쁜 사상 최악의 자금 조달 시장”이라며 “올해도 거래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2025년에야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랙스톤이나 KKR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의 경우 오히려 자금이 몰리며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형 펀드 운용사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맡긴 데 따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경우 지난해 1480억 달러의 신규 투자금이 유입돼 자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아폴로글로벌의 신규 투자금도 15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들 대형 사모펀드는 기존 기업 투자 자금 회수가 막히자 사모 대출이나 보험 사업 등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FT는 이 같은 전략이 먹히면서 사모펀드 업계 내 주요 창업자와 임원 30명의 지분 가치가 지난해 이후 400억 달러(약 53조 원) 늘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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