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마다 '찔끔 물가대책'…과일값 못 잡고 예산만 축내

설 전후 물가회의만 다섯번
특단책 없어 안정화에 실패

한 시민이 2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해지자 정부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물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예산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고등어 수급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수입 고등어 6000톤에 대한 할당 관세를 10%에서 0%로 인하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설 연휴 전인 지난달 16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시작으로 관련 회의를 5번 개최했다. 특히 설 이후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관련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틀 전인 21일 마트용 할당 관세 물량 2만 톤을 배정하고 마트의 과일 직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청양고추·오이·애호박 등에 대한 출하장려금 1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는 농수해산물 할인에 300억 원을 지원하고 한돈 할인 행사 연장, 오징어와 고등어 등 수산물 반값 할인 계획을 발표했지만 나흘 뒤인 19일 사과·배 등 할인에 166억 원을 쓰겠다면서 15일의 대책을 반복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한 적이 없었다”며 “통상 과일은 가중치가 낮아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도 많아야 0~0.1%포인트인데, 현재 0.4%포인트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이 한번에 큰 묶음으로 나오지 못하고 찔끔찔끔 발표되면서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설 연휴 3주 전인 지난달 16일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 원을 투입해 설 전까지 사과·배 등의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고 자신했지만 사과·배 모두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실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상 농림수산품 가격은 전월 대비 3.8% 급등했다.


정부의 물가 대책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나온 대책 중 마트 직수입 허용은 이미 일부 마트가 수입업체 자격으로 진행하고 있던 사안이다. 정부는 7월 햇사과가 출하되기 전까지는 사과값을 포함해 농산물 가격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채소·닭고기 등은 2~3개월이면 다시 새로 출하돼 해 물가를 잡는 게 비교적 용이한데 과일은 1년 농사라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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