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알박기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했다. 이후 토지 수용을 위한 매각을 번번이 거부하며 개발 사업에 어깃장을 놓았다. A 씨로 인해 개발 사업이 지체돼 금융 비용이 지속해서 늘어난 B 업체는 결국 백기 투항했다. B 업체는 A 씨의 토지를 고가에 매입했고 세금 회피까지 도왔다. A 씨가 양도한 금액은 토지 취득액의 150배에 달했고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해 특수 관계 법인 간 거래까지 합의한 것이다.
기획 부동산 업체 C는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광역 교통망 확충 등 거짓 호재를 앞세워 일반에 판매했다. 땅은 수백 분의 1로 나눠 판매했고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말에 저소득 일용직 근로자 등 서민들이 이를 집중 매입했다. 거짓 개발 광고에 속은 투자자들은 이후 복잡한 소유 지분 관계 등으로 토지를 매각하기도 어려워져 투자 금액을 대부분 잃을 상황에 놓였다.
국세청이 알박기와 기획 부동산 수법 등으로 폭리를 취한 후 탈세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96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고금리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건설사와 서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민생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줬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알박기 혐의자 23명 △기획 부동산 혐의자 23명 △양도차익 무신고 및 취득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무허가 건물 투기 혐의자 32명 △부실 법인 등을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 18명 등이다.
국세청은 특히 기획 부동산을 겨냥했다.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경제 취약 계층에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기획 부동산이 매각한 토지는 소규모 필지를 수백 명이 공유하는 형태여서 매각 등 재산권 행사가 어렵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확인된 피해자는 연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이 수백 명, 70세 이상 고령자도 수십 명에 달했다. 안덕수 자산과세국장은 “기획 부동산 업체가 텔레마케터 등을 동원해 개발 가능성이 없는 임야를 서민들에게 대거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해 다른 근무처 상시 근로자에게 사업소득을 지급한 것처럼 위장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주택법의 맹점을 노린 사례도 확인됐다. D 씨는 무허가 건물에 대해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탈세에 나섰다. D 씨는 재개발 지역 원주민으로부터 무허가 주택 두 채를 취득한 후 이 가운데 한 채를 4개월 후 6배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재양도했다. 그는 실거래가만 신고하고 양도소득세는 신고하지 않았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법원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종합해 D 씨의 탈세 혐의를 찾아냈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특이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필요 시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기획 부동산의 경우 조세 채권을 조기에 확보하고 조세 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