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독일의 실질 임금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러시아 에너지의 의존이 큰 독일의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에서 경제 분야 고문을 지낸 이사벨라 웨버 미국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부교수 등은 독일 연구단체 ‘신경제포럼’이 발간한 최근 조사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2022년 독일의 실질임금이 1950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 해당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이들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실질임금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몰고 온)‘위기 이전’에 예측한 것보다 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었다.
저자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독일 산업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2020년대 “독일의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 여파로 극우 포풀리즘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부상이 가속화될 수 있는 관측도 내놨다.
웨버 부교수는 “분쟁, 기후, 지정학적 위기의 시대에 AfD의 부상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라며 “독일인이 경험한 생활 수준의 붕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AfD의 부상을 촉발한 요인이 경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독일인의 전례 없는 생활 수준이 극우 세력의 인기 상승과 맞물려 있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했다.
독일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 구성한 전문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웨버 부교수는 올라프 숄츠 현 독일 총리가 과거 재무장관이던 시절 재무부 수석 고문을 지낸 톰 크레브스와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경제가 여전히 휘청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개 분기 연속 보통 GDP가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recession)로 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