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새우등' 터져…의료연대 "피해자는 결국 시민·병원노동자"

21일 서울대병원서 기자간담회 열고
공공의료 확충, '진짜' 의료개혁 촉구
간호사들 강제 전보 되고 무급휴가도
"교육훈련이나 준비 없이 강제 전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승령 기자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병원 현장의 의료종사자에 대한 책임 전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시민과 병원 노동자가 그 고통을 고스란히 고통을 떠안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의료연대본부는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 전국 병원들이 병동을 통합하거나 폐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이 강제로 타병동으로 전보 조치 되거나 무급휴가를 요구받는 등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연대본부 조사 결과, 의료기관 병동 통합·폐쇄에 따른 병원의 인력 유연화 방침으로 피해를 본 간호사들은 414명에 달했다.


의료연대본부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부의 분회가 있는 전국 의료기관 중 서울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 병원 등을 포함한 10개 의료기관에서 총 29개 병동이 통합 또는 폐쇄됐다.


이 중 서울대병원은 본원과 서울대 보라매병원의 86개 병동 중 9개가 통합 또는 폐쇄 조치 돼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아대병원은 32개 병동의 18.7%로 통합·폐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유지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 사무장은 “간호사들이 내·외과계 병동으로 교육 훈련 준비 없이 강제로 전보 배치됐다”며 “낯선 타부서 근무에 대한 심적 부담감과 불안감을 동반한 고충을 심각하게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배치와 동시에 본연의 업무가 아닌 것도 떠맡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의료연대본부 파악 결과 ‘인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무급휴가를 요구한 병원도 있었다. 서울대·제주대·동아대·울산대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 요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미래의 연차 등을 당겨 쓰게 해 ‘마이너스 오프’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도 했다.


박나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간호사들에게 무급 특별휴가라는 명목으로 무급휴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며 “무급 휴가를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생전 배우지도 못 한 다른 병동에 가서 일을 하라고 한다”고 폭로했다. 박 사무장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는 100여 명의 간호사가 무급 휴가를 떠났다.


피해를 보는 직역은 간호사 뿐만이 아니었다. 김동아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은 “간병노동자들은 기본급 기준 월평균 소득이 42% 가량 줄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이 병원장들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은 “의정 갈등 속에서 숨겨진 책임의 주체는 병원장이다”며 “병원장이 경영의 손실을 보기 싫으면 의사들에게 나오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병원장들의 역할을 지적했다.


이날 의료 대란으로 인한 현장 실태를 폭로한 의료연대본부는 오는 3월 2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국의료의 개혁과제와 대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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