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중립금리 상승 논의 재부각되는 美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종료됐다. 점도표 변화는 금융시장의 우려보다는 완화적이었고, 올해 어느 시점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도 다분히 비둘기파적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재료를 보면 일방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1.4%에서 2.1%로 큰 폭 상향된 가운데 연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은 2.4%에서 2.6%로, 실업률 전망은 4.1%에서 4.0%로 조정되며 미국 경기 호조를 반영했다. 또 올해 점도표 중간값은 3회 인하로 유지됐지만 한 명의 의견만 인하 폭을 축소했으면 중간값이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2025~2026년 중간값은 25bp(1bp=0.01%) 상향됐고, 장기 전망의 중간값도 소폭 상향된 값을 나타냈다.


경제 펀더멘탈 외적으로 장기물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게 만드는 이론적인 배경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과 기간 프리미엄, 중립금리 등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정부의 재정 기조,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중립금리가 높아질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재정적자가 쉽게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번 인플레이션을 가장 먼저 경고하고 조기 긴축을 주장해 온 서머스 전 재무부장관은 연준의 섣부른 금리 인하를 우려하고 있다. 서머스는 중립금리 추정치로 널리 활용되는 점도표의 장기전망치가 너무 낮으며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제약 수준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중립금리가 최소 4% 수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금융환경과 크레딧 스프레드 과열을 지적했다. 월가에서 영향력이 높은 한 독립 리서치도 3~4%의 장기 인플레이션에 100bp의 실질 중립금리를 더해서 명목 중립금리는 4~5%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연준이 머지않아 금리를 인하할 것이며 과거 2010년대에 쉽게 볼 수 없었던 금리 레벨에 대한 낯선 시각 등을 바탕으로 미국채 금리도 결국은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하지만 미국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체적인 시각은 10년물 금리가 당분간 3.5~4.5% 수준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글로벌 IB들 중에서는 미국채 장기물에 대해서 매도 포지션을 권고하거나 연말 전망치를 4% 위로 상향 조정하는 의견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미국 경기가 연준과 시장의 예상 경로를 따를 경우 연착륙이 아닌 무착륙에 가까울 것이며 최근의 완화적인 금융 여건까지 감안할 때 상대적인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성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엘-에리언을 비롯한 인사들은 중앙은행이 이미 엄격한 인플레이션 타깃팅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뚜렷한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 둔화 없이도 연준이 일정수준의 금리 인하를 고집할 경우 통화정책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미국채 금리 커브는 결국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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