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尹 만난 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

전공의 집단사직 46일만의 면담에도
별다른 성과 없었던 것으로 풀이돼

박단(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에 들어간 지 46일만에 윤 대통령과 직접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같이 부정적인 입장을 짧게 올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2시간20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박 위원장은 다른 전공의들과 동행하지 않고 단독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측은 윤 대통령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으나, 이를 반박한 셈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앞서 박 위원장은 이날 전공의 대상으로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 충분한 시간, 회의를 거쳐 윤 대통령과 만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됐고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2일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며 공개적 대화를 제안한 지 이틀 만이었다. 이에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박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을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3일 모든 일정을 비운 채 박 위원장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정(醫政) 갈등 해소의 계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공의들과 정부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현격한 탓에 의견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작심 비판으로 그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된 셈이다. 대전협은 2월 집단행동에 들어가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대전협은 윤 대통령과 면담에 앞서서도 “오늘 만남 후에 정부에서 유리하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지난 7주 내내 얘기했듯이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한 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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