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번째 화염 뿜은 항공엔진…한화에어로 "150조 시장 정조준"

■창원1사업장 가보니
'시운전 90% 통과' 높은 완성도
부품제조 공정 로봇 활용 자동화
1.5만 파운드급 독자 개발 포부
"6세대 전투기 엔진도 만들겠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 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12일 방문한 경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아파트 3층 높이의 엔진시운전실에서는 회사가 1만 번째로 만든 항공 엔진의 최종 연소 시험이 한창이었다. 2m 두께의 벽을 사이에 두고 시험 담당자가 레버를 올리자 공중에 매달려 있는 오늘의 주인공 F404 엔진이 점화되기 시작하더니 굉음과 함께 푸른 화염을 일직선으로 뿜어냈다. 애프터버너(제트엔진 재연소 장치)가 성공적으로 작동된 것이다.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 엔진은 출고 후 공군 전술 입문 훈련기인 TA-50에 장착된다. 이승두 생산담당은 “통상 시운전 테스트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 90% 이상이 문제없이 한 번에 통과된다”며 “시운전실만 해도 총 7개로 300억 원이 넘게 투입됐는데 노하우가 생겨 실험 설비 기술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장 곳곳에서는 45년 동안 1만 대의 항공 엔진을 생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본관 로비에는 1979년 회사가 최초로 생산한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이, 엔진 조립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KF-16에 탑재됐던 ‘F100’ 엔진의 실물이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항공 엔진 외에도 무인기·헬기·함정용 엔진은 물론 한국형 누리호에 탑재된 발사체 엔진도 생산되고 있다.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79년부터 생산해온 항공 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사업장은 자동화에도 성공한 모습이었다. 정밀함이 요구되는 항공 엔진 조립 과정은 여전히 전문가들의 수작업으로 진행되지만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신공장에서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만 ㎡(3300평) 크기의 공장에는 20대가 넘는 로봇 팔이 공구를 사용해 금속 원판을 깎아내고 조립하는 과정을 오차 없이 진행 중이었다. 무인운반로봇(AGV)은 기자들을 피해 완성된 엔진 부품을 바쁘게 실어 날랐다. 신공장에서 로봇과 같은 장비를 10대 관리하는 데는 단 한 명만 필요해 이전 대비 정확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았다는 것이 공장 직원의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와 함께 KF-21의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 5000파운드급 첨단 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기존에는 해외 업체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기술협력 생산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독자 엔진 기술을 확보해 자주국방은 물론 2029년 150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글로벌 항공 엔진 시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6개국뿐이다. KF-21에 사용되는 F414 엔진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은 하고 있지만 제품의 국산화율은 40%에 불과하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 엔진 사업의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현재 전투기용 항공 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6개뿐인데 우리나라가 일곱 번째가 되겠다”며 “지난 45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인프라, 정부 및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 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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