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까지 고공 행진하던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3월 말 기준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분기 말을 맞아 연체 채권을 장부에서 지우는 ‘상각’ 처리를 하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싼값에 파는 ‘매각’ 조치를 하는 등 연체 채권 관리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3%로 전월 말(0.51%) 대비 0.08%포인트 낮아졌다. 전년 동기(0.33%)와 비교하면 0.10%포인트 오른 수치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 2022년 6월 0.2%로 역대 최저 수준을 찍은 후 점차 상승하다 올 2월에는 0.51%까지 치솟으며 2019년 5월(0.51%)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연체율도 소폭 하락했다. 3월 신규연체율은 전월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0.11%로 집계됐다. 신규연체율은 작년 12월 0.10%에서 올 1월 0.13%, 2월 0.13% 수준으로 오름세였다.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4000억 원으로 전달 대비 5000억 원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연체율이 하락했다. 3월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11%포인트 하락한 0.48%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7%포인트 내린 0.11%,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12%포인트 내린 0.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도 0.05%포인트 하락한 0.37%였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02%포인트 하락한 0.27%,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은 0.11%포인트 내린 0.73%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신규발생 연체채권이 감소하고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규모(상·매각 등)가 확대되면서 연체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3월 말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4조 2000억 원으로 전월(1조 3000억 원) 대비 2조 8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이 감소했으나 최근 대내외 불안 요인 등으로 인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우려 차주 등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은행권이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상·매각 등)를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