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에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말 휴업을 고수하는 곳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홈플러스 측이 공지한 6월 휴무 안내에 따르면 전체 129개 점포 중 일요일 휴무매장은 86개점, 수요일 휴무매장은 27개점, 기타 요일 휴무매장은 16개점이다. 점포의 약 67%가 여전히 일요일에 휴무하는 것이다. 신설 및 폐점한 곳을 제외하면 평일 휴무로 전환한 매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가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허용했음에도 휴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마트가 적은 이유는 대다수의 마트 노동자들이 평일 휴무 전환 결정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그간 마트 노동자들은 휴식권,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의무휴업 평일 전환에 반발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호응이 따랐다. 정혜경 비례대표 당선인은 진보당 당선자 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노동자에게는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주말 휴식이 절실하다”며 “휴일 노동을 최소화하고, 주말에 꼭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다른 주말 휴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마트 의무 휴업일을 축소, 폐지할 것이 아니라 다른 유통업계에도 확대하자”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이 월 2회 공휴일을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이 경우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노조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마트산업노조 측은 해당 조항의 ‘이해 당사자’에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상인이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마트노조 측은 마트 노동자가 해당 법의 이해 당사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대구지방법원에 성명을 내고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분명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해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게 되어 있으며 의무휴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마트노동자임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당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되려 두 마리의 토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전주시의회는 410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정부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침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며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과의 상생발전, 대형마트 근로자 권리 보호 미반영 등을 고려하지 않는 단기적 경제 이익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트노조 대전본부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로 바꾸기 전에는 소매업체 86.2%가 가게를 유지한 반면, 평일 전환 이후 가게 유지율이 20%에 그쳐 80%에 해당하는 업체가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했다”며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는 민생이 아니라 유통대기업 챙기기”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마트노조는 내달 22일 국회 앞에서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는 ‘유통산업법 개정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평일 전환에 만족하는 추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만족도 조사 결과, 이용자 10명 중 8명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한상의는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한 만족도가 모든 지역에서 높게 나타난 만큼 소비자 이용편의 및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라도 정책방향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형마트 규제를 두고 진통이 끊이지 않자 다른 국가 사례 또한 조명되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8월 통과된 ‘마크롱 법’에 따라 대형마트의 주말 휴업을 풀고 영업시간도 늘렸다. 단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휴식시간을 추가하면서 직원들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또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대형마트의 일요일 개점을 허용하되, 오후 9~12시에는 노동자 임금 두 배를 적용했다.
독일은 1969년 제정된 상점폐점법을 유지 중이다. 상점폐점법은 물건을 사고파는 상점에 대해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폐점을 명문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