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환전' 출혈경쟁에…여행객 늘었지만 은행 수수료 수익 급감

■ 은행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 차질
1분기 해외 여행객 90만명 급증
4대銀 수수료 수익 되레 45억↓
일부은행선 최대 40%까지 줄어
고객 확보차 서비스 확대 불가피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환전 수수료 수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 무료 환전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등으로 은행의 신탁 관련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전 수수료 수익마저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될 경우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환전 수수료 수익은 약 380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426억 3000만 원)보다 45억 4000만 원(10.6%)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엔데믹 후 해외 여행객이 꾸준히 증가해왔고 이에 따라 환전 수수료 수익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497만 9386명이었던 해외 여행객 수는 2분기 소폭 감소했지만 이후 매 분기 80만 명 가까이 늘어 지난해 4분기에는 65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기간 4대 은행 환전 수수료는 지난해 1분기 342억 7000만 원에서 지난해 4분기 426억 3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해외 여행객 수는 742만 4967명으로 전 분기보다 90만 명 가까이 늘었음에도 환전 수수료는 오히려 감소했다.





올 들어 환전 수수료 수익 증가세가 꺾인 것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무료 환전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토스뱅크가 ‘환전 수수료 0원’을 선언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후 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도 그룹 계열 신용카드사와 손잡고 수수료 경쟁에 참여했다. 이 결과 발 빠르게 환전 서비스 개편에 나선 일부 은행은 환전 수수료 수익이 1개 분기 새 30~4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환전 수수료를 대체할 만한 비이자 수익원이 마땅히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2030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해외 여행족이나 외환 투자족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당분간 외환 서비스 확대 출시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전 수수료 수익이 줄면서 ‘이자 장사’ 논란을 의식해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내세웠던 비이자이익 확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은행 신탁 수요가 줄어들어 관련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은행 비이자 수익의 한 축을 차지하는 환전 수수료 수익이 줄면 비이자이익을 늘려가겠다는 은행들의 ‘공언’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환전 수수료 무료 경쟁이 해외 송금 등 서비스까지 외환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환전 수수료 수익 규모는 당분간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전 수수료 무료 경쟁은 사실 ELS 손실 사태로 인한 신탁 영업 감소 우려의 대안으로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다 보니 오히려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