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는 우승의 어머니?…박현경도 고지우도 양희영도 컷오프 후 곧바로 우승

그린을 읽고 있는 박현경. 사진 제공=KLPGA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기권이나 컷 오프가 모두 없는 선수는 3명뿐이다. 3승의 이예원, 2승의 박지영 그리고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노승희가 주인공들이다. 시즌 내내 컷 오프 없는 견실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컷 오프가 자극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컷 오프가 자극이 돼서 우승으로 연결되는 선수도 꽤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는 것처럼 ‘컷 오프가 우승의 어머니’가 되는 셈이다.


올해 컷 오프가 우승의 어머니가 된 대표적인 선수가 박현경일 것이다. 3승 후 9번 준우승 끝에 작년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통산 4승째를 거둔 박현경은 올 시즌 초반 7개 대회에서 ‘톱10’에 5번이나 오르는 상승세에 있었다. 하지만 준우승은 물론 우승도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이틀 연속 오버파를 치더니 충격의 컷 탈락을 당했다.



샷을 한 후 공을 바라보는 고지우. 사진 제공=KLPGA


하지만 그 컷 오프가 자극제가 됐는지 다음 출전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리며 ‘매치 퀸’이 됐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박현경은 곧바로 다음 대회인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다시 컷 오프가 됐다.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공동 49위의 처참한 성적이 나왔다. 컷 탈락을 포함해 2개 대회 연속 부진은 박현경에게 다시 자극의 계기가 된 듯하다. 이어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과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고지우도 롯데 오픈에서 컷 오프 후 그 다음 대회인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경우다. 롯데 오픈에서만 해도 이틀 연속 73타를 치던 고지우가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는지 나흘 연속 60대 타수(67-66-67-69)를 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민지와 이정민의 우승도 컷 오프 후 곧바로 나온 건 아니지만 컷 오프의 자극이 있었을 수 있다.



그린 경사를 파악하는 박민지. 사진 제공=KLPGA


박민지는 메인 후원사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부담이 됐는지 올해 첫 컷 오프를 당했다. 둘째 날 79타가 치명타가 됐다. 하지만 이 컷 오프는 분명 자극이 됐다. E1 채리티오픈 공동 3위,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단독 6위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우승이자 대회 4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이정민도 4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컷 오프의 쓴 맛을 봤다. 하지만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공동 4위로 분위기 반전을 이루더니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에서 턱하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양희영.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LPGA 투어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더 많다. 일단 대한민국 여자골퍼 중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한 양희영이 그랬다. US여자오픈과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연속 컷오프 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소 유카도 바로 전 대회인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컷 탈락한 바 있고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루에 아야카 역시 바로 전 대회인 다우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의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올 시즌 4번의 메이저대회 중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자 넬리 코르다를 제외한 다른 ‘메이저 챔피언’ 3명이 모두 컷 오프 후 우승을 차지하는 특이한 공통점이 생긴 것이다.


반대로 해나 그린은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을 당하더니 곧바로 JM 이글 L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사례를 남겼다.


물론 우승 후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선수도 꽤 나왔다. 박현경이 그랬고 양희영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올해 5연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둔 세계랭킹 1위 코르다는 시즌 6번째 우승 후 바로 3연속 컷 오프를 당하기도 했다.


컷 오프가 자극이 돼 우승의 어머니가 되기도 하지만 우승은 방심을 불러 컷 오프의 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부침이 있어서 골프에 더 열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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