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사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최근 적발된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대상 350억 원 규모의 부정 대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에서 연이어 터진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에 이어 또다시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대적인 내부통제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관용 원칙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12일 조 행장을 비롯해 지주사 및 우리은행 전 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최근 불거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에 대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올해 초 문제를 인지하고 덮거나 비호함 없이 자체적으로 바로잡아 보고자 했지만 상황이 확대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 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으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기업 문화와 업무 처리 관행, 상하 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꿔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무관용 원칙에 기반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강하게 도입할 방침이다. 조 행장은 이날 이 같은 방침을 밝힌 후 은행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에 대한 면직 등 인사 조치는 마쳤고 관련 여신에 대한 회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잇단 금융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은행 김해지점 한 직원이 올 5월까지 고객의 대출금을 178억 원가량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돼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에 올랐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에는 우리은행은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이 8년에 걸쳐 회삿돈 약 697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현 경영진도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때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하다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했으며 2023년 3월 임기를 마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이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 등 조직 쇄신을 강조했지만 무색해진 상황”이라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