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AMD가 서버 제조업체 ZT 시스템즈를 49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AMD 사상 두번째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설계 뿐 아니라 설치·운영 등을 강화해 수요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19일(현지 시간) AMD는 뉴저지 소재 ZT 시스템즈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AI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최신 AI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보다 신속하게 테스트하고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ZT 시스템즈는 지난 1년간 10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 기업이다. 49억 달러라는 인수 금액은 매출액을 감안할 경우 저렴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MD는 ZT 시스템즈의 제조 사업은 매각하고 인력을 흡수하는 방식의 전략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 CEO는 “마더보드, 전력, 열, 네트워킹 및 랙 설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설계 엔지니어 약 1000명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AMD는 이번 인수를 통해 AI 가속기를 실제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버 제조업체인 ZT 시스템즈 인력을 통해 대량의 AMD AI 가속기를 보다 쉽게 데이터센터에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피에르 페라구 뉴스트리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고객사들은 AMD 시스템을 엔비디아 대비 규모가 작은 현장에 주로 사용하는 편”이라며 “이번 인수로 AMD 칩셋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몇년간 AMD는 AI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찍고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달에는 핀란드 소재 AI 스타트업 ‘사일로 AI’를 6억6500만 달러에 인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기업은 개별 기업 요구에 맞춘 AI 모델과 시스템을 만든다. WSJ은 “AMD가 엔비디아와 경쟁하기 위해선 기존 틀에서 벗어난 사고가 많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