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도로 달궈진 쇳덩이 AI가 감시…"생산성·안전 다 잡았죠"

■'AI 눈' 장착한 포항제철소
슬라브 이동때 삐끗하면 대형사고
포스코DX 비전AI로 실시간 감시
2년간 80여건 이상징후 찾아 예방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4연주공장에서 철강 반제품 슬라브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사행(蛇行)하고 있다. 비스듬하게 움직이는 사행은 공장 마비나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DX

“슬라브 사행(蛇行) 이상 없습니다.”


22일 찾은 경북 포항시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4연주공장 관제실. 관제 담당자들이 인공지능(AI)이 분석한 26개의 모니터를 번갈아 살펴보며 현장 안전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슬라브 사행은 이곳 작업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고 유형이지만 AI 기술이 현장에 도입된 후 2년 간 80건이 넘는 이상 징후를 찾아내고 알아서 고쳐준 덕에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슬라브는 무게 30톤, 가로 폭만 2.2m에 1000℃의 고열에 벌겋게 달궈진 거대한 골드바 모양의 쇳덩이다. 연주공장에서 알맞은 크기로 잘리거나 모양을 변형해 산업현장에 필요한 철강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슬라브는 4연주공장에서만 하루 200개가 만들어지는데, 이 중 단 하나라도 이동방향이 사선으로 어긋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슬라브가 똑바로 움직이지 않고 뱀처럼 움직이다가 벌어진다고 해서 사행 사고라고 부른다.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4연주공장 관제실. 사진 제공=포스코DX

박중해 포스코 생산기술부 생산시스템섹션 과장은 “사행 사고는 컨베이어 벨트 외벽과 부딪쳐 설비시설을 무너뜨리거나 컨베이어 벨트에 꽉 끼어 공장 전체를 멈춰세울 수 있다”며 “30톤짜리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다 너무 뜨거워서 작업자가 직접 옮기다가는 화상을 입는 등의 2차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주공장은 컨베이어 벨트와 각종 설비가 얼기설기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 탓에 크레인 장비가 들어오기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포스코DX(022100)는 비전(시각정보) AI을 개발하고 이곳에 적용해 현장 작업자들의 근심을 덜었다. 슬라브를 자르고 가공하는 이상 사행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대신 사행 즉시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최선의 사고 예방책이다. 이를 위한 사람의 감시 작업을 AI로 대체한 것이다. 윤일용 포스코DX AI개발센터장은 “AI가 슬라브의 형상과 각도를 실시간 인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세운다”며 “2년 간 80여건의 사행을 모두 선제적으로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관제실의 26개 모니터 규모의 감시 작업은 대부분 AI가 도맡고 있고 상주 인원은 6명으로 충분하다는 게 포스코DX의 설명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쇳물 운반용 기관차를 운행하는 기관사가 AI의 도움으로 시야 밖 건널목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DX

비전 AI는 철도 건널목에도 적용됐다. 포항제철소는 용광로에서 제강공장까지 쇳물을 운반하는 기관차가 30여대, 기관차와 일반 차량이 수시로 멈춰서는 건널목만 55곳이 있다. 이 건널목을 넘어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나 차가 있으면 AI가 이를 기관사에게 알려준다. 기관차는 1000톤이 넘는 무게 탓에 제동거리가 100m로 길어 무단횡단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AI의 도움이 특히 유용하다고 한다.


포스코는 대형 트럭에 가득 실린 선재제품을 자동으로 검수하는 기술을 포함해 AI를 다양한 산업용 솔루션으로 응용해나갈 방침이다. 윤 센터장은 “산업용 AI가 사람의 역할을 도와 숙련도 편차로 발생했던 제품의 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위험한 현장에서의 작업 등을 중심으로 AI를 대체해 가며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지능형 공장)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설치된 AI CCTV가 대형트럭에 실린 선재제품을 자동 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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