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직전 살해에 분노…70만명 "즉각 휴전"

구출 작전 직전 살해에 민심 들끓어
가자전쟁 발발후 최대규모 반전시위
최대 노조도 총 파업후 업무 복귀에

1일(현지 시간) 인질 사망 소식에 분노한 시위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가자전쟁의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구출 직전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거대한 분노에 휩싸였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전시위가 벌어졌으며 최대 노동운동 단체도 총파업에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책임자들을 잡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가자전쟁의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네타냐후 정권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최대 7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인질 석방을 위한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시민은 BBC에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다”며 “우리들은 이제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깨달았고 오늘 밤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이들 모두 구출되기 직전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특히 살해된 인질 가운데 일부는 최근 진행된 휴전 협정의 석방 대상자였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분노했다. 인질 가족들은 1일 공동성명에서 “지연과 방해 행위, 변명이 없었다면 우리가 사망 소식을 들은 이들은 아직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살아남은 인질이라도 집으로 데려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이집트·카타르의 중재로 휴전·인질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마스 세력의 종식을 고수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하마스 역시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이스라엘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예루살렘에서는 총리실을 포위한 시위대가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합원 수 80만 명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도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2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다만 히스타드루트는 이날 노동법원이 ‘파업이 경제적 근거가 없고 정치적’이라며 “오후 2시 30분까지 종료돼야 한다”고 판결하자 이를 수용했다. 히스타드루트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조합원에 업무 복귀를 알리면서도 “이번 파업은 인질 귀환을 요구하는 절규(cry)”라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가자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은 휴전 협상안 최종본을 마련하고 양측에 최후통첩을 날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는 휴전을 중재하지 않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이집트·카타르와 함께 양측(이스라엘·하마스)에 제시할 최종 협상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양측이 (협상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미국 주도의 협상이 끝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가자지구 중부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사흘간의 임시 휴전이 시작됐지만 휴전 지역을 제외한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