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손을 베인 2세 아이가 대학병원 3곳을 거쳤다가 결국 40㎞가량 떨어진 영종도까지 가서야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에 부모와 함께 사는 2세 아이가 커터 갈에 손가락을 베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외과를 찾았지만 외과는 대학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이에 부모는 급히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진료가 취소됐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고대구로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아주지 않아 서울에서 40㎞가량 떨어진 영종도 한병원(의원급)에서 차로 1시간 이상을 이동해 수술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열과 경련 증상을 보인 2세 아이가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하고 결국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는 12번 째로 연락한 병원에서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신고한 시점으로부터 1시간이 지난 후였다. 아이는 현재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병원의 거부로 4차례 이상 ‘응급실 뺑뺑이(재이송)’를 겪은 사례는 1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1년간 16건, 재작년은 1년간 10건이었다.
한편 세종충남대병원, 강원대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등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야간 등 부분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서울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추석 연휴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주대병원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 이대목동병원은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응급실 야간진료를 제한 운영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전의비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응급실은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