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빠진 저축은행 업계가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은행보다 높여 대출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융 당국에 요청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들은 최근 금융 당국에 은행권과 저축은행 간 LTV를 차등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 무주택자나 1주택자 기준으로 규제지역은 50%, 비규제지역은 70%의 LTV가 업권별 구분을 두지 않고 적용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이 규제 비율을 일부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권 간 차등이 없다 보니 현재는 저축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거의 없다”면서 “LTV를 5%포인트라도 올려주면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급격히 늘려왔지만 부실이 대거 드러나면서 연간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조달 비용과 현재 최고 금리(20%)를 감안할 때 신용대출을 과감하게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주담대 영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금융 당국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강하게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요구가 반영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는 LTV 규제가 완화되면 규제 비율만큼은 주택 구입용이 아닌 생활 안정 자금용으로 대출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논리로 당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꺾는 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규제 비율을 낮추겠나”라면서도 “저축은행이 이렇다 할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 당국의 고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 비교 추천 플랫폼 서비스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의견도 당국에 전했다. 통상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2~3배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