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재선과 한국의 경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내수 부양을 위해 확대 재정 및 통화정책 사용이 전망된다. 법인세 인하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 예상돼 이미 채권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중국 관세를 60%까지 높이고 일반 관세도 10%를 높이겠다고 밝혔으니 수입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의 지속으로 강달러가 예상되지만 일본·한국·중국의 고환율 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이 협상에 의해 이들 국가의 환율을 내리는 환율정책 변화도 전망된다.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먼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대미국 수출 감소다. 한국은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서 자동차와 반도체의 대미국 수출 증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국 수출이 줄어들 경우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는 악화될 수 있다.


비록 투자수지 흑자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지는 않아도 무역수지 악화는 환율을 높이고 성장률을 둔화시키며 자본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의 압력으로 미국산 셰일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날 것도 전망된다. 그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으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금리 및 환율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내수 부양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면서 한국 금리 인하 속도도 지연될 것이 우려된다. 그러잖아도 가계부채와 환율 상승으로 늦춰지고 있는 금리 인하 속도가 더욱 늦어지면서 내수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지연은 달러 강세를 불러와 원화 환율이 오를 수 있으며 이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재발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 부실이 늘어날 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경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내수 침체 심화와 금융 부실 확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는 배경은 수출 증대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으로 대미국과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먼저 수출선 다변화로 수출을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유럽과 남미, 그리고 중동 지역에 대한 수출 전략을 수립해 수출 증대에 올인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에서 기업인들의 애로 요인을 듣고 수출 지원 방안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내수 회복도 중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환율 정책에는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지만 대외적 충격을 흡수하고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내수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환율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어려운 지금은 비록 재정 적자가 한시적으로 늘더라도 재정 지출을 늘려서 내수 침체 심화를 막을 필요가 있다. 내수가 부양돼야 중소 자영업자들의 도산이 줄어들고 세수가 늘어나며 금융 부실 확산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특성은 불확실성에 있다.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불확실성은 소비와 설비투자는 물론 무역과 주식 투자도 위축시킨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또한 불확실성으로 지연되면서 성장률 둔화와 금융 부실 확산을 심화시킬 수 있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정책 당국의 사전적인, 그리고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