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특정 분야의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는 행위는 응급의료 거부 및 기피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학교법인 A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올 9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법인은 대구에 B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B병원은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상태였다. 지난해 3월 대구에서 만 17세 여성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응급처치 및 진료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구급대가 B병원 응급실로 전화해 응급의료센터장과 통화했지만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이 거부됐다. 구급대는 타병원 응급실에서도 연이어 수용이 거절돼 다시 B병원에 전화했지만 재차 거부당했다. 이후 응급환자를 대구 달서구 소재 병원으로 이동하다 심정지가 발생했고, 핫라인을 통한 전원 요청 수용으로 B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으나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응급환자 이송이 의뢰됐던 의료기관과 구급대 등을 대상으로 현장·서면조사를 실시했고, B병원장에게 응급의료기관으로서의 업무수행 부적정으로 6개월분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A법인은 “당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란 사실을 알리면서 다른 병원을 추천한 것일 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응급환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초진료조차 하지 않은 경우로서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며 “단순히 이 사건 병원의 응급환자 수용능력과 관련된 내용을 통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정명령 이행기간 동안 응급의료법에 따른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 병원의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며 복지부가 내린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