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으로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북미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6일 트럼프 당선인 측이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달 21일 평양 무장장비전시회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협상 재개에 일단 선을 그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북미 정상회담 검토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른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과의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등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북한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다. 최근에는 집권 1기 당시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앨릭스 웡을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해 북미 정상외교 재개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섣부른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핵 폐기 원칙과 굳건한 한미 동맹이 조금이라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이 ‘통미봉남’을 통해 한미 간 균열 유도 전술을 펴기 전에 조속히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라는 트럼프의 언급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으로 변질돼 북미 협상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으로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만일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며 북핵을 사실상 용인할 경우 재래식무기만으로 무장한 채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온 우리의 안보 전략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선제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안보 윈윈 방안을 제시하면서 북미 협상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해야 한다. 핵·미사일 도발 위협으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김정은의 기만전술을 적극 알리고 미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