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설에 경기남부 지역 피해 속출…5명 사망

용인·안성·평택·양평 등서 제설작업 중 사상자 발생
도내 주요 도로서 사고·교통통제 줄이어
유치원 초중고교 4분 1 휴업…道 비상대응 3단계 격상

27~28일 역대급 폭설이 집중된 경기 남부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상부 구조물과 나무가 넘어지는 사고가 줄 이으면서 사망사고 발생하고,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도로 통제와 대중교통 지연에 시민들의 불편이 지속됐다. 유례없는 폭설에 도내 유치원, 초중고교의 4분의 1은 휴업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28일 폭설로 무너진 건물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안성시

◇제설작업 중 나무에 깔려 참변 연이어


28일 오전 5시께에는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 집 앞의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졌다. 오전 11시 59분께 안성시 서운면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는 눈 쌓인 캐노피가 붕괴하는 바람에 70대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7시 26분께에는 평택시 도일동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 상부 철제 그물이 그대로 무너지면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전 8시 40분께 양평군 옥천면의 농가 내 천막형 차고에서 제설 중 천정이 무너져 1명이 숨졌다. 같은 날 오후 2시 5분께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비봉∼매송 도시고속화도로 비봉 방향 샘내IC 인근 도로에서는 광역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교통 통제 중이던 고속도로 운영사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설이 집중된 이틀 동안 사고로 사망한 사람만 5명에 이른다.


용인시 백암면의 경우, 오전까지만해도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눈이 내렸지만 오후 들어 눈발이 잦아들면서 빠르게 제설작업이 이뤄졌다. 오후 2시께에는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다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뚝 끊긴 상태다. 순댓국 거리로 유명한 백암면의 제일식당 대표 박애자(84) 할머니는 “21살에 백암으로 시집 온 이후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라며 “평소에는 순댓국을 먹기 위해 밥 시간이 아니어도 줄을 서는데 오늘은 외지손님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암농협 앞에서 아내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후반 A씨는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오전 5시10분에 나와 가게를 보니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이곳 토박인데 평생 처음 보는 눈”이라고 말했다.


백암면 인근 남사면 가재월리에서 비닐하우스 채소 재배를 하는 차금자씨(68)씨는 “밤 사이 자는데 지붕에서 뚝, 뚝 소리가 들려 슬레이트 지붕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어 새벽 5시에 혼자 사다리 타고 지붕에 올라가 눈을 긁어 내렸다”며 “남편이 작년에 돌아가고 외지에 나간 아들이 하나 있는데 새벽에는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 붕괴 (안양=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8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이 이틀째 이어진 폭설에 무너져 있다. 2024.11.28 xanad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붕괴·정전에 빙판길 위험은 여전


28일 낮 12시 5분께 안양시 동안구 농수산물시장 지붕 일부가 붕괴해 1명이 다쳤다. 오전 9시 56분께 안산시 단원구의 금속 가공공장에서는 천막으로 된 가설 건축물이 무너져 제설작업을 하던 1명이 부상했다. 오전 11시 49분에는 안성시 미양면 택배 물류센터의 가건물이 붕괴해 6명이 크고작은 상처를 입었다. 같은 날 오전 6시 20분께 오산시 원동의 모텔에서는 주차장 구조물이 무너져 행인 1명이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오전 6시 38분 수원시 장안구 SKC 공장 내 인테리어 필름 보관 창고가 쌓인 눈 때문에 무너졌다. 전날에는 수원, 평택, 시흥 등지의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진입 통로가 무너지는 사고 발생했다. 취약 구조물인 주거용 비닐하우스 붕괴도 곳곳에서 잇따르면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28일 밤 낮동안 영상의 날씨에 따라 녹았던 눈이 빙판길로 변하면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외출 자제, 차량운전 자제 등을 부탁하고 있다.


사고 수습에 전념하고 있는 김보라 안성시장은 “이번 눈은 물기를 머금고 있는 습설로 일반 눈보다 두세 배 더 무거워 파손이나 붕괴 사고가 우려된다”며 “29일 최저기온이 영하 7도로 내려가 도로가 미끄러울 것으로 예상되니 시민 여러분께서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성시 봉담읍 내리, 서신면 홍범리 일대,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아파트 2곳에서는 정전이 발생해 수천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28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가재월리 농로에 SUV차량이 전복돼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도내 곳곳 도로 통제·정체 잇따라…학교 4분 1 휴업


지자체들은 자가차량 이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지만 이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오후 2~3시 들어 날씨가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대설특보가 대다수 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성남수정 남한산성로(광주→성남) 2.5㎞, 성남중원 이배재고개 양방향 1.6㎞, 평택 장당고가(고덕→서창) 2.5㎞, 의왕 오메기고개 양방향 1.8㎞, 화성광주선 도척 IC 부근 등 5개 소에서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했다. 폭설로 인해 수인분당선 전동 열차 차고지와 열차 등에 많은 눈이 쌓이면서 이를 치우기 위한 작업으로 인해 열차 출발이 늦어지면서 주요 역은 크게 혼잡했다. 미끄러운 도로 사정 때문에 차량 전복도 정확한 집계가 되지않을 만큼 빈발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8일 낮 12시 25분 기준 유치원 634곳, 초등학교 337곳, 중학교 107곳, 고등학교 95곳, 특수학교 1곳 등 1174곳이 폭설로 인해 휴업했다. 이는 전체 학교의 4520곳 중 26%에 해당한다. 도교육청에서는 오전 7시30분께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하도록 긴급 권고했다.



28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가재월리의 한 농가에서 차금자씨(68)씨가 눈을 치워 손수레에 담고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폭설 집중 지역 적설량 40cm 안팎…안성 지역 최대 70cm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기준 적설량은 용인 백암 47.5㎝, 수원 43.0㎝, 군포 금정 42.4㎝, 안양 만안 40.7㎝ 등이다. 하지만 안성 일부 지역은 최대 70cm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편차가 적지 않다. 수원은 40cm를 넘겨 196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경기도 전역에 발효했던 대설특보는 모두 해제된 상태다. 기상청은 경기남부의 경우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에, 북부의 경우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에는 눈이 모두 그칠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밤 사이 영하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빙판길 사고 등 또 다른 재난이 우려된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해 운영 중이다. 특히 비닐하우스 등 취약구조물 거주자는 숙박비, 식비 등을 지원해 안전 가옥으로 대피시키고, 위험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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