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에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격변하는 시장 환경과 글로벌 기업들의 첨단기술을 확인하겠다는 목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CES 기간 미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서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CES에 참가한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주축이 된 이번 전시에서 재차 AI 밸류체인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AI산업은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CES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 회장의 면담이 성사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AI 가속기와 AI 메모리 분야에서 각각 글로벌 1위로 도약해 챔피언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들이는 최대 고객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통신은 아예 최 회장을 '한국의 젠슨(South Korea's Jensen)'이라고 소개하면서 세계적 록스타로 떠오른 황 CEO만큼 최 회장도 극적으로 반도체 업계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려졌던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면서 1위 탈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라면서 SK하이닉스가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을 지킬 것이라고 최근 전망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언제든 황 CEO와 격의 없이 통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만큼 CES에서도 어떤 식으로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미국 현지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7월 미국 방문 당시 미 조지아주에 위치한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를 찾아 글라스 기판 사업을 점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방문이 점쳐진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은 물론 LS전선·LS일렉트릭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과 함께 내년 CES에 참가한다. 구 회장은 2018년부터 꾸준히 CES를 방문하며 AI, 모빌리티, 가상현실(VR) 등 기술 동향 변화를 꾸준히 추적해 왔다. 그는 임원 외에도 계열사 일선에서 우수 신사업을 이끌고 있는 ‘LS퓨처리스트’ 10여 명을 대동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22년부터 LS퓨처리스트를 꾸준히 대동하며 신사업을 첨단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도록 지원해왔다.
그는 올해 참관한 CES에서 임직원들에게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AI와 로봇으로 무장한 미래가 얼마나 큰 비를 품고 얼마나 큰 바람을 몰고 올지 몰라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 LS는 어떠한 폭풍과 같은 미래가 오더라도 AI, 소프트웨어(SW) 등 다양한 협업과 기술 혁신으로 짧게는 10년, 그 이후의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추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2022년부터 3년 연속 CES를 찾았던 HD현대는 이번에 불참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따로 행사를 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앞선 ‘CES2024’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로봇 솔루션, 무인·전기 소형 중장비 등 미래 사업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매년 CES에서 신기술을 발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HD현대가 2년에 한번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0년부터 격년으로 CES에 참가하고 있는 두산도 2025년 행사에는 불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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