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상대방 부정보다 내 얘기를 하라"…확고한 프레임 설정이 '홍보' 핵심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김경식 지음, 투데이펍 펴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UC 버클리 교수이자 저명한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베스트셀러 서적 제목이자, 미국 선거 때 마다 등장하는 구호이기도 하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인데 민주당 입장에서는 코끼리 즉 공화당을 언급하거나 떠올리게 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공화당에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 뿐 민주당에는 이로울 게 없다는 의미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의도된 프레임의 산물이며,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록 자신에게 불리한 프레임이라는 늪으로 빠져드는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실제로 상대방을 뽑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수 십 가지 이야기하는 순간 오히려 상대방이 부각될 뿐이다. 나를 뽑아야 하는 강력한 이유 하나를 제시하는 게 바로 ‘코끼리는 생각하지 않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이처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바로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의 핵심 주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레임을 부정하거나 재구성하기를 원할 때는 새로운 언어를 사용해야 하며, 여기에는 일정한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필요하다는 레이코스의 주장이 바로 ‘홍보의 핵심’이라고 봤다. 홍보는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활용해 자신이 의도한 바를 달성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은 바로 내가 해야 할 이야기와 프레임을 확고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발탁한 이래 ‘홍보맨’이자 ESG 전문가로 활동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마케팅에 대한 책이 이론적이거나 상식 수준의 홍보를 다루고 있다면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는 그 어떤 책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라는 보물이 담겨 있어 실질적인 도움일 필요한 독자들에게 확실하고 흥미로운 대답을 안겨 준다. 현장에서 늘 스스로 묻고 답하고, 신문 기사, 서적, 자신만의 체험 등을 꼼꼼하게 모아 정리했기 때문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독자들은 그가 걸어온 홍보의 여정과 함께 우리 사회에 그동안 무슨 이슈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조망하게 된다. 홍보맨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이슈, 마케팅, 신문 칼럼, 유명 인사들의 일화 등이 다채롭고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홍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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