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반발해 주요 검찰 간부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감사 청구와 고발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는 야당의 폭주에 국정 마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정부·검찰·감사원을 겨냥한 무차별적인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정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검사 탄핵을 비난하는 성명을 낸 상황을 거론하며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삼권분립의 헌법 가치를 위배하고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사사건건 거부권을 행사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는 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며 “넘치는 증거에도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들의 탄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세 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4일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다.
민주당은 검찰의 집단 반발 행위에 대해 고발과 감사원 감사 청구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성회 대변인은 “법무부가 검찰에 대해 감찰해 징계해야 한다고 본다”며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 청구와 고발 등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도 공식화한 상태다. 최 감사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하는 등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다. 최 감사원장 탄핵안도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감사원장은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이라며 자진 사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최 감사원장은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탄핵안이 가결) 안 됐으면 좋겠지만 만약 된다면 그때 가서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윤철(19·20대)·김황식(21대)·양건(22대)·황찬현(23대)·최재형(24대) 등 전임 감사원장 5명도 공동성명을 내고 “정치적인 이유로 헌정 질서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탄핵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과반 의석을 활용한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후보 추천권을 배제한 상설 특검 규칙 개정안과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등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중 일부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와 국회 재표결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국’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개별 검사들과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되면 주요 공직자들의 직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놓고 “감사원의 헌법적 기능을 마비시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간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야당이 원하는 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탄핵하는 것은 명백한 보복 탄핵”이라며 “야당 관련 수사 및 재판을 중단시킬 목적으로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것으로 사법 체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