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달러 패권에 도전할 조짐을 보인 비(比) 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게 ‘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썼다. 그러면서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훌륭한 미국 경제에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릭스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신흥 경제국 연합체이지만 최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디오피아로 확산되며 반(反) 서방 기조를 강화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기축 통화인 달러 지위에 도전할 것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0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달러 무기화’를 언급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가시화됐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주요 은행들이 국제 결제망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되는 등 달러 거래가 제한되면서 경제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중국 역시 이미 10년 전부터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2022년 중동 지역 국가의 석유와 가스 수입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시 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양국 교역에서는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약달러를 선호한다면서도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에도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무기화’가 너무 자주, 과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인 29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기 위해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당선인이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직접 찾았다. 총리의 공식 일정에는 없던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과 만찬은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위협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