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법리적 논리를 총동원해 탄핵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각하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범야권은 12·3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헌·위법이라는 사실과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쥐고 있는 만큼 직무 정지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회에서 정부 측 인사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불법적 계엄을 미리 준비한 정황도 폭로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보고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 6당 의원 190명이 발의에 참여한 탄핵소추안은 7일 폐기된 1차 탄핵안에 담기지 않았던 구체적 사실들을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대통령 지휘 아래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것과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해 당직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려면 탄핵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탄핵안은 윤 대통령을 가리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로 궁지에 몰린 피소추자가 아직도 국군통수권을 갖고 있다”며 “내란죄 우두머리로서 수사 대상자에 불과한 피소추자가 또 오판을 해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하거나 북한과 국지전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민주주의 원리의 위반과 민주적 정당성 및 신임에 대한 배반으로서 탄핵에 의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국가적 위기를 부른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본회의 현안 질의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은 고기동 행안부 차관이 ‘12·3 계엄은 위헌이 맞느냐, 틀리냐’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서울경찰청장 직무대행인 최현석 서울청 생활안전차장도 “위헌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경제·외교 사령탑이 12·3 계엄을 윤 대통령이 사전에 계획했지만 내용이 부실해 국가적 위기를 키웠음을 시사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서 경제·외교 조치 사항이 쓰여진 종이 한 장씩을 3일 계엄 선포를 전후로 받았다고 전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 후 준 종이를 나중에 보니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 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문장은 기억난다. 그런 한두 개 정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종이 한 장에 “서너 줄 글이 있었는데 특별한 내용이 아니고 일반적인, 이런 상황에서 했을 조치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려놨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대통령에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심대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비상 계엄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를 향해 경고성 계엄을 한 것이라면 이렇게 체계적으로 계엄 이후 경제·외교 관련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줄 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국무위원들도 비상계엄 저지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하면서 탄핵안 찬성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여당 의원들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이번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당리당략만을 앞세워 탄핵에 반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여당에서 7명의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야당은 추가 이탈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여야·진보·보수를 떠나 헌법을 준수하고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탄핵 가결에 필요한 ‘매직넘버’인 8명의 이탈을 넘어 두 자릿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 유력해 14일 탄핵안 통과를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개 찬성을 밝힌 의원들이 속출하는 데 대해 “(당론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