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가 "샌드위치를 진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샌드위치를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여야 간 신경전으로 번졌다.
12일(현지 시간) BBC, 가디언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이드녹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점심시간은 약골들이나 갖는 것"이라며 자신은 음식을 가져와 일을 하면서 먹곤 한다고 답했다.
이어 "때로는 스테이크를 가져와 먹는다"라며 "나는 샌드위치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샌드위치는 진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빵이 눅눅하면 손에 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총리실의 심기를 건드렸고 키어 스타머 총리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총리실 대변인은 "스타머 총리는 참치 샌드위치를 즐기며 가끔 치즈 토스트도 먹는다"며 "샌드위치는 영국의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 샌드위치 협회 추산 통계를 제시하며 "샌드위치의 연간 경제 기여도가 80억 파운드(약 14조5천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베이드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총리는 점심에 관한 내 농담에는 대꾸할 시간이 있으면서 정작 우리의 음식을 생산하는 농민에게 쏟을 시간은 없는 것 같다"며 맞받아쳤다. 이어 "보수당은 농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념적 공격인 '가족 농장세'를 철회시키겠다"고 강조하며 정책 공방으로 확대를 시도했다.
극우 성향의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도 가세해 "베이드녹 대표는 점심이 약골들이나 먹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점심은 꽤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바쁜 날에는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베이드녹은 그것조차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샌드위치가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당시 노동당 당수였던 에드 밀리밴드가 베이컨 샌드위치를 어색하게 먹는 모습이 포착돼 보수당으로부터 '서민과 괴리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샌드위치는 1762년 영국 샌드위치 지역의 존 몬태규 백작이 카드놀이 중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베이드녹 대표의 발언은 '서민 문화를 경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