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시 피해' 내부 분석했나…책임 회피 논란

◆1년 전 면책조항 넣은 쿠팡
향후 분쟁시 유리한 해석 시도 관측
법조계에선"면책조항 효력 없어"
쿠팡 대표 자발적 배상 언급 불구
쿠팡 이용자들, 집단소송 본격화


쿠팡이 1년 전 ‘해킹·불법 접속 등으로 인한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이용 약관에 추가한 배경에는 ‘대규모 정보 유출 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분석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박대준 쿠팡 대표가 ‘자발적 배상’을 언급했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쿠팡의 이 같은 회피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이 이 같은 면책 조항을 이용 약관에 넣은 것은 향후 제3자에 의한 불법 서버 접속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집단소송 등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면책 조항이 포함된 약관에 이용자들이 이미 동의한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서 이를 근거로 회사에 유리한 해석을 시도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을 상대로 이용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은 이달 1일 이용자 14명과 함께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후 소송 의사를 밝힌 이용자는 15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법인 지향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해 2500명의 위임계약을 완료했다. 번화 법률사무소도 전날 기준 위임 계약서에 사인한 이용자가 3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로피드 법률사무소를 통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최소 7000~8000명 규모의 집단 법적 대응이 진행 중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조사 결과 쿠팡의 귀책사유가 명확해지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면책 조항은 쿠팡에 유리하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면책 조항의 금지)에 따르면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


장윤미 변호사는 “보통 사람들이 약관을 잘 읽어보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은 일반 사인 간 계약에서도 효력을 배척한다는 판례도 있다”며 “이번 쿠팡의 면책 조항 건 역시 법률적으로 쿠팡이 빠져나갈 근거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지적하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자 박대준 쿠팡 대표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쿠팡의 책임을 인정하고 “(자발적 배상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면책 조항을 추가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 과정에서 책임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쿠팡은 사과문에서도 ‘유출’ 대신 ‘노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자초했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에 띄운 사과문 배너도 이틀 만에 내려가 광고로 대체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쿠팡에 대한 국민 정서도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쿠팡이 지금부터라도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춰야 국내에서 유통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쿠팡 "유출 책임 없다"…1년 전 '면책조항'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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