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수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영양 결핍 및 체중 감소가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흔한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건강상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윤석·강소현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와 신애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우형택 계명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2002~2020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조기 위암 환자 7만4000여 명을 최장 1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위절제술이 내시경 절제술에 비해 만성 대사질환 및 심장·뇌혈관질환 발병률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조기 위암을 위절제술로 제거한 4만9578명과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한 2만4789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위절제술 그룹은 내시경 절제술 그룹에 비해 고혈압 발생률이 약 53% 낮았고, 허혈성심질환·심부전·뇌혈관질환과 그 밖에 주요 심혈관질환 사건 발생률은 각각 20%, 14%가량 낮게 나타났다.
위절제술 그룹은 비만 환자에서 흔한 대장암 등 '비만 관련 암'과 그에 따른 사망률도 내시경 절제술 그룹에 비해 18%, 26% 감소했다. 위암 수술이 비만 등 대사질환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비만과 연관된 다른 암들을 예방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10년간 고혈압·당뇨병 관련 의료비를 약 25% 절감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위절제술은 종양이 생긴 위의 일부 혹은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이다. 위의 용적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줄어든다. 이러한 특성 탓에 과거부터 위암 수술을 받으면 잘 못 먹어 살이 빠지고 영양 결핍에 걸린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른바 '영양 과잉' 시대인 요즘에는 이를 단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위절제술의 대사적 이점을 내시경 절제술과 비교 분석해 규명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암과 대사질환을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온코-메타볼릭'(oncometabolic) 패러다임의 핵심 근거로 쓰일 전망이다.
서윤석 교수는 "위암 수술을 받게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고 영양결핍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질까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위암 수술이 비만 관련 2차 암 발생이나 사망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질환의 발병을 유의하게 감소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외과학 학술지 '미국외과의사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Surgeon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