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와 함께 오스트리아 최고봉에 올랐다가 홀로 하산한 산악인이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여자 친구를 현장에 남겨둔 채 하산했고, 여자 친구는 6시간여 만에 숨졌다.
6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올해 1월 오스트리아의 그로스글로크너산에서 발생했다. 산악인 A씨는 여자 친구 B씨와 함께 정상 등반에 나섰지만, 전문가가 아니었던 B씨는 점점 심한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순조롭던 등반은 곧 위기로 이어졌다.
정상을 약 50m 앞둔 지점에서 B씨는 탈진과 저체온증, 방향 감각 상실 등의 증세를 보이며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함께 있던 A씨는 B씨를 홀로 남겨둔 채 하산을 택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담요조차 덮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혹한의 기온 속에 방치된 B씨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당국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출발 예정 시간을 2시간 넘겨 등반에 나섰고, 비상 상황을 대비한 장비 역시 충분히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씨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하는 극한의 날씨에 부적절한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조난 상태에 놓인 시점은 오후 8시 50분께였다. 검찰은 당시 인근 상공에서 경찰 헬기가 수색 중이었음에도 A씨가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A씨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 두고 경찰의 반복적인 연락 역시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조난 신고는 이튿날 새벽 3시 30분께 접수됐다. 강풍으로 헬기 출동이 지연됐고, 구조대는 오전 10시 무렵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B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검찰은 “숙련된 산악인인 A씨가 등반을 주도한 만큼 동행자에 대한 책임도 더욱 막중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라며 “A씨 역시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은 내년 2월 1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