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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꿈의 태양전지’라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탠덤셀) 분야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중국이 실리콘 태양전지 분야에서 차지한 독점력을 탠덤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사실 심각한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중국 태양광 업계 입장에서도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 등 국가들이 앞다퉈 거센 추격에 나서기도 했고요.
중국은 탠덤셀의 발전 효율 향상과 양산화에 모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인증한 탠덤셀의 최고 발전 효율 1위와 2위 모두 중국 태양광 기업입니다. 중국 징코솔라는 지난달 27일 이 회사가 개발한 탠덤셀의 최고 효율이 34.76%를 달성해 2위이고요. 앞서 올 4월에는 역시 중국 업체인 롱지 그린 에너지가 34.85%의 발전 효율을 달성했고, 현재 이 수치고 공식적인 세계 1위입니다. 통웨이솔라(31.4%)와 트리나솔라(31.1%), JA솔라(31.4%)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올해 30%대의 발전 효율을 기록했습니다.
NREL이 발표하는 발전 효율은 연구소 단위의 작은 면적에서 거둔 말 그대로 연구 결과라는 한계가 있는데요. 그래서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화, 또 양산 기술이 중요한데, 중국 역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발전 용량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확대하는 국가 답게 탠덤셀에서도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요. 중국 GCL은 올 6월 기가와트(GW) 규모의 탠덤셀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고 발표했고요. 앞서 올 2월에는 극전광능(UtmoLight)이라는 중국 태양광 회사 역시 GW 규모의 탠덤셀 생산 설비를 지었다고 밝혔습니다. 규모를 조금 낮추면 중국 원더솔라와 마이크로퀀타는 각각 100메가와트(MW)급 라인을 갖췄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업계가 실리콘 태양전지에 이어 탠덤셀 분야 역시 석권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1등의 여유로운 ‘굳히기’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이 과잉 생산의 늪에 빠졌다는 소식, 연재(▶관련 연재 기사: 한국도 중국 태양광에 관세를 매길 수 있을까)를 통해 몇 차례 전해드린 바 있죠.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PV 매거진에 따르면 대형사인 롱지(8억 3360만 위안)와 징코솔라(10억 1000만 위안), JA솔라(9억 7300만 위안) 모두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개 대형사(롱지, 트리나솔라, 징코솔라, JA솔라, 통웨이솔라)는 지난해에만 전체 31%에 해당하는 총 8만 7000명가량을 감원했습니다. 또 같은 해 40개 이상의 태양광 기업이 상장폐지 또는 파산에 내몰리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이미 글로벌 태양광 수요(595GW)의 2배에 달하는 1123GW을 생산한, 말 그대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양적, 질적으로 효율적인 탠덤셀은 중국에 반드시 필요한 돌파구라는 평가입니다.
전문가들은 탠덤셀이 상용화 초기 단계라고 분석합니다. 아직 누군가가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것인데요. 그래서 그야말로 누가 먼저 깃말을 먼저 꽂는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 PV는 지난해 9월 100MW 규모의 파일럿(시범 생산) 탠덤셀 라인을 구축해 미국 고객에 첫 출하에 성공했고요. 한국의 대표 주자인 한화큐셀은 충북 진천에 40MW 규모의 파일럿 생산 설비를 구축한 한화큐셀은 2028년을 상용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와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 역시 탠덤셀을 에너지 자립의 핵심 원동력으로 삼고 있죠. 샤프와 세키스이화학 등 일본 기업들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 탠덤셀 상용화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관련 연재 기사: 가볍지만 강력한 차세대 태양전지, 에너지 빈국이 던진 승부수)
전문가들은 상용화를 위한 탠덤셀 대면적화를 위해 선결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탠덤셀은 실리콘만으로 이뤄진 태양전지와 달리 공기 중 수분이나 산소 등에 노출되면 성능 열화가 발생할 수 있어 내구성을 유지할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 발전 효율을 높이는 목적으로 중금속인 납을 필수로 한다는 점 또한 개선점으로 꼽히는데요.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납의 단점을 보완할 원료로 주석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돼 속속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압도적 1위인 중국 역시 명운을 건 돌파구로 삼고 있고, 한국과 유럽·일본은 중국의 태양광 ‘그늘’에서 벗어나 탠덤셀에서만큼은 역전을 꿈꾸는 상황. 탠덤셀 상용화를 가운데 둔 경쟁은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