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로 보면 인체는 미학적 대칭구조의 표본이다. 코 위로 두 개의 눈이 정확하게 위치해 있고, 목은 몸통의 정 가운데서 균형을 잡고 있다. 그러나 몸 속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비대칭적이다. 심장과 위가 모두 왼쪽에 있고, 둘이 똑같아 보이는 기관들마저도 자세히 보면 꽤 다르게 생겼다. 예를 들면 두 개의 신장은 각각 다르게 생겼고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조금 더 높이 위치해 있다. 왜 인체의 내부는 이렇게 비대칭적일까? 일본 오사카 대학의 시게노리 노나카 연구팀은 단순한 한 요인이 비대칭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라나는 태아를 감싸고 흐르는 양수가 바로 그것. 연구팀은 태아의 초기 발생에서 세포가 태아의 가운데에 있는 결절(結節) 조직을 통해 이동한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조직에는 배의 노처럼 생겨 주위를 휘젓는 섬모가 달린 세포가 있다. 노나카는 최근 이 섬모들이 다함께 양수를 저어서 태아의 왼쪽으로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구자들이 인위적으로 양수를 반대방향으로 흐르게 하면 태아 장기들의 좌우가 뒤바뀐다는 사실이다. 섬모는 작은 모터처럼 움직여 심장과 다른 장기의 형성을 좌우하는 분자들을 조종한다.
유타대의 조세프 요스트와 동료들이 실행한 다른 연구에서도 새와 개구리, 물고기가 모두 이러한 발생구조를 보였다. 이는 모든 척추동물의 장기가 같은 방식으로 발생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요스트는 “하등 생물의 장기가 대칭 구조인 것으로 보아 척추동물의 비대칭성은 더 복잡한 진화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