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의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 8t 트레일러를 개조한 이동과학차를 운영한지도 반년이 지나갔다. 그동안 60여개 학교에서 약 2,5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래서 이 이동과학차는 현재 각계 부서 및 단체에서 투어코스가 될 정도로 수많은 과학계 인사들이 방문하거나 과학행사를 참관하는 등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도 이미 20여년전에 이동과학차를 운영한 적이 있다. 버스를 개조, 컴퓨터를 싣고 다니면서 컴퓨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교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 교육을 해주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소수의 과학실험을 하는 이동과학차도 운영했지만 그 실적이 상당히 지지부진해 그만 중단해 버리고 말았다. 한양대의 이동과학차 운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과학차의 성공적 운영요인들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고 앞으로 더 나은 이동과학교실의 운영모델을 제시해 본다.
첫째, 한양대 이동과학차는 기존의 버스가 아닌 8t 트레일러를 개조해 만들었다. 기존의 이동과학버스는 안에서 컴퓨터를 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단위 과학실험을 하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우선 이동과학차는 대량 과학장비들을 싣고 다니기에 용이해야 하지만 버스는 과학장비를 싣고 다니는데 큰 제약이 있다. 반면 현 한양대 이동과학차에는 대형천막 10개, 이동용 접이식 대형테이블 25개, 비접이식의자 20개, 접이식의자 300개, 과학쇼진행용 수납가능테이블 5개, 실험장비 대형박스 40개를 싣고 다녀야 하는데 버스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외국의 경우 이동과학차는 독일의 아헨대학의 경우를 모델로 하여 12t 트레일러를 개조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이 12t 트레일러가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학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도 8t 트레일러가 최대일 것이다.
둘째, 한양대 이동과학차는 야외 어느 상황에서도 실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10㎾의 교류발전기와 안정된 전원을 공급해주는 AVR 장착과 휴대용 보조 1㎾발전기가 설치되어 있고, 물을 자체 공급 할 수 있는 수도시설과 배수시설 등 장소불문하고 어느 곳에서나 대단위 과학실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행사시 6㎾이상의 전원이 필요한데 실제로 과학행사 현장에 가서 대용량의 전원을 공급받기란 학교 형편상 사실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이동과학버스의 경우 행사장소에서 이런 협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험하는데 상당히 제약을 받게된다.
셋째, 과학행사는 신세대 취향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경우 한양대 이동과학차는 옆면이 펼쳐져서 과학쇼와 가능한 무대가 설치되게 한다. 이동 과학차는 TV의 신세대 행사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로 무대를 만들어 진행하며 신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넷째, 다양한 컨텐츠의 개발과 공급이 가능한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학보급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의 초·중·고 과학실험에서 이 콘텐츠를 상당수는 개발하고 있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신과람)’의 적극적인 지원과 아울러 과학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자발적인 과학보급 NGO들이 깊숙이 관여해 충실한 자문과 순수한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한양대학교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독자적으로 석사급의 강사들에 의해 수준높은 콘텐츠개발도 이 활동에 아주 큰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다섯째, 이동과학행사 방법의 ‘특이성’이다. 이동과학교실행사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 먼저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과학쇼를 먼저 진행한다. 이 과학쇼는 보통 20~30가지 화학, 물리 등의 시범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외국에서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흔히 시행하는 방법이다. 이런 과학쇼를 하는 팀은 일본만 하더라도 1천개 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난 한국은 손꼽을 정도의 적은 수의 팀만이 존재하고 그나마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콘텐츠가 빈약하다.
반면,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의 경우 일주일에 보통 3~5개 정도의 새로운 과학쇼를 위한 콘텐츠가 계속 개발되고 있고 행사시에도 지루하지 않고 참신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첨단과학시범실험의 경우 기존의 일반적인 체험실험과 달리 미래 또 현재의 첨단과학을 소형으로 제작한 키트로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여줘 기존 과학행사와는 보다 차별화된 과학행사로 인해 학생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여섯째,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수 있는데 이전의 교육청 등의 이동과학차 담당은 잠시동안 거쳐 지나가는 자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 그 기간에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헌신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즉, 일명 말하는 ‘잘되어서 남주는 꼴’로 생각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사실 기존의 이동과학교실은 전문화가 필요했다. 이동과학교실담당자들이 장기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책임감을 갖고 일 할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주지 않으면 앞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해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이동과학차를 가지고 전국을 돌면서 과학행사를 하면서 많은 과학교사들로부터 현장에서의 고충을 들어보면 그것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실험들에 필요한 재료들을 손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언가 정부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하고 진정코 각급학교에서 체험과학실험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이 실험재료의 키트가 분명히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각급 학교 교사들이 교육청에 진행할 실험에 대한 목록과 인원수만 알려주면 바로 원하는 수의 실험세트가 공급되어 많은 학생들이 손쉽게 체험실험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해당교사가 정말 전국을 누비며 해결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키트를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는 직접 개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부품을 구입하고 이것을 키트로 제작해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를 통해 보급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논의할 때 이점을 크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정부는 학생들의 체험과학실험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건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이제껏 이런 학생실험을 위한 정부차원의 키트제작보급을 그동안 무시해왔고 따라서 실험실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사실 엉뚱한 곳에서만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이동과학교실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때 외국의 경우처럼 키트가 원하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원할히 공급되어야 학생실험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일부사람은 키트라고 하면 옛날의 값비싼 탐구요소가 전혀없는 것을 연상하는데 지금 우리가 주장하는 키트는 교사와 학생들이 쉽게 실험에 접하게 하기 위해 어쩌면 교사들이 전국을 돌아 다니면서 구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실험을 보다 체계적으로, 즉 탐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코 정부가 과학실험을 현실화 하려면 반드시 실험 콘텐츠에 대한 키트화 사업이 이루어져야하고 이것이 되지 않으면 아마 현장에서 체험실험실현은 불가능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