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재단·서울경제신문 선정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2월 수상자
(주)만도 중앙여구소 구본경 선임 연구원
한국과학재단(이사장 김정덕)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하고 과학기술부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 주최하는「이달의 과학기술자상」(제57회)시상식이 지난해 12월17일 과학기술부 회의실에서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정덕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제57회 수상자는 자동차가 급정거ㆍ급가속 하거나 빙판길을 고속으로 달리며 회전할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주는 구동력제어장치(TCS)를 국내 최초로 개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 (주)만도 중앙연구소의 구본경(具本景ㆍ35) 선임연구원이 선정됐다. 구 연구원에게는 과학기술부 장관상과 상패, 그리고 1천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ABS보다 더 발전된 제동장치 개발
자동차가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자동차의 안전과 가장 밀접한 것은 제동장치다. 자동차제동장치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ABS(Anti-lock Break System)를 들 수 있다. ABS는 브레이크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 제동거리를 줄여주고 원하는 대로 조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만도 중앙연구소의 구본경 선임연구원은 ABS보다 한 단계 발전된 제동장치를 개발했다. 구동력 제어장치(TCSㆍTraction Control System)로 불리는 부품이다. TCS는 ABS의 기능에 빙판길이나 언덕길에서 가속할 때 바퀴가 헛돌거나 미끌어지는 것을 막는 기능이 보태진 제품. 차량 자세의 안정성과 조향능력을 확보, 가속성능을 향상시켜 준다. TCS는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이지 드라이빙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구 연구원은 “TCS는 바퀴에 전달되는 힘을 조절하기 때문에 미끄러운 언덕길을 잘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ABS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하는 역할을 TCS는 가속시에도 작용. 미끄러운 곳을 오르거나 자동차를 급회전 할 때도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혹한 이국땅 마다않고 직접 핸들조작 테스트
TCS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차의 상태를 아는 것이 필수. TCS는 바퀴 등 차량의 각 부위에 장착된 센서에서 오는 각종 정보를 받는다. 분석결과 차가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면 TCS는 유압장치의 모터나 전자석 밸브를 제어해 안정한 상태로 유지시켜준다. 구 연구원은“TCS는 유압장치와 일체형으로 조립해 자동차의 엔진룸에 장착하기 때문에 저온과 고온, 충격에 잘 견뎌야 하며 TCS가 갑자기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졌을 때 잘못 작동되거나 망가져 버려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구 연구원은 TCS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현지(스웨덴, 뉴질랜드 등) 혹한 이국땅을 마다않고 직접핸들조작 테스트를 하는 등의 현장실험을 몇 년 동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했다고 한다. 구 연구원은 “테스트는 최악의 조건에서 이루어져요,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일이 발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성능을 발휘하면 무척 기분이 좋죠, 7년 전 처음 장기 출장을 떠나게 됐을 땐 큰딸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요, 떠날 때도 그랬고 떠난 후에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구본경 연구원은 아주 미끄러운 길과 절반은 흙을 덮은 길 등, 갖가지 길에서 집적 핸들을 잡고 자동차 제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매끄러운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미끌어지는 거리를 재거나 언덕길은 잘 올라가는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핸들조작이 가능한지, 혹한에 오작동은 없는지 등을 측정한다. 이 모든 테스트에서 기준 이상의 성능을 나타내야만 그가 개발한 제동장치는 비로소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다.
구 연구원은 스웨덴과 뉴질랜드에서 혹한기 테스트를 통해 TCS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산타페, 투스카니 등 국내 4개 차량에 장착되고 있다.
한국차 사업발전 새전기 마련
TCS는 그 동안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미국·일본 외에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외형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섀시 부품 중에서 핵심 기술인 TCS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상당히 많은 외화를 지불해야 했다. 더구나 부품 수급으로 신차 개발에도 장애요인이 돼 왔다.
구본경 연구원이 TCS를 독자 기술로 개발함에 따라 연간 180억 원 이상의 외화절감효과는 물론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 연구원이 개발한 TCS는 선진국 제품에 비해 제조원가가 저렴한 것도 장점. 특히 차세대 자동차 제어기술에 대해서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TCS는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과 전자 및 기계기술 등 응용과학의 집합체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은 구 연구원의 성과가 종합적인 응용기술을 요구하는 첨단제품기술 개발에 적용할 수 있어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높이 평가했다.
한수진기자 <popsc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