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고전 모델만을 고집해온 세탁기의 전통이 조만간 깨질 듯하다. 시어스와 월풀이 새로운 모델의 세탁기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 시어스의 신모델인 칼립소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월풀의 신제품은 그야말로 『획기적 세탁기』라 할 수 있다. 신모델 세탁기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뽑아봤다.
먼저, 이 신형 모델은 강한 물살을 이용한 기존의 회전식 세탁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밑바닥에 있는 ‘빨래판’을 작동시켜 세탁을 하는데, 이것은 꼭대기가 18cm 정도의 밀짚모자 모양을 하고 있다. 바로 이 빨래판이 이번 신형 세탁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인데, 이 빨래판 시스템으로 인해 기존의 세탁기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을 쓰면서도 옷감에는 별 무리 없이 세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세탁기는 작동 순서부터 매우 색다르다. 우선 세제통 속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 세제와 섞인다. 곧이 비눗물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빨랫감 위로 고루 뿌려진다. 다음은 빨래판이 춤출 차례. 춤추는 모양은 마치 동전이 빙그르르 돌다 멈추기 직전 모습처럼 이리저리 뒤뚱거린다. 이렇게 움직여줌으로써 빨랫감을 위아래로 부드럽게 튀어 오르도록 해 세제와 물이 섬유 속으로 원활하게 스며들게 한다. 여기에 빨래판 밑의 공간에 고인 비눗물이 기계를 통해 반복적으로 회전되어 쉴새없이 빨랫감 위로 뿌려진다. 이 세탁방식은 기존 세탁기보다 물을 적게 쓰도록 해준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할 때보다 샤워를 할 때 소요되는 물의 양이 훨씬 적은 것과 같은 원리.
또한 빠르고 거친 물살을 이용한 회전식이 아니므로 옷감이 덜 상하게 된다. 모직이나 실크처럼 고급 소재를 위한 세탁 방법이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거품으로 된 쿠션이 옷감을 자극하지 않으며, 이불과 같은 대형 빨래도 거뜬히 세탁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표백제 공급 시간을 적절하게 맞춰준다는 점. 표백제에는 합성세제 안에 있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성질이 있다. 신형 세탁기는 세제와 표백제를 함께 섞어 사용하는 기존 세탁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즉, 세탁이 끝나고 헹굼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표백제를 넣지 않아도 된다.
현재 시어스에서는 이 모델을 ‘칼립소 춤을 추는 켄모어 엘리트’라고 선전하여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약 1,099달러. 맨 먼저 이 세탁기를 만든 월풀은 내년 여름부터 판매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