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서처럼 코너 통과하기

일전에 젊은 운전자가 운전하는 스키랙이 장착된 빨간색 BMW 325가 어디선가 나타나 튜닝이 잘된 필자의 83년형 포르쉐 911을 압도하기라도 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루트 9W에서 덤벼들 듯이 필자 차의 뒷 범퍼에 바싹 다가와서는 시속 100km로 넘는 속도로 가속하더니 시속 144km 이상의 속도로 저만치 달아났다. 그는 아마도 롤바가 설치되어 있고 뒤쪽 쿼터 윈도우에 스피드 이큅먼트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 포르쉐가 느림보 운행을 하는 게 조금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 운전자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좋은 하루 보내!’, ‘과속은 금물이야!’, ‘내일 트랙에 나가봐야지’ 라고 혼자말로 속삭였다.

그렇다고 필자가 레이서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운전엔 워낙 재주가 없는 터라 왓킨스 클렌에서 범퍼를 들이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3개월마다 라임 록이나 포코노의 경주트랙을 렌트하여 달려보기도 한다. 종종 딸이 동승하여 교대로 이 노란색 쿠페를 운전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하루에 100달러 정도가 든다.

우리의 자동차 문화는 평범한 운전자를 6초 만에 고통의 세상으로 몰아넣을 만큼 빠른 자동차를 사라고 부채질한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한쪽에선 경주로의 커브를 최대속도로 가로지르듯 질주하는 스포츠 세단을 보여 주는 TV광고가 촬영되고 있다. 그런 광고에 나타나는 경고문(특별히 마련된 도로에서 했다, 전문 드라이버가 했다, 집에선 따라하지 말라는 등의 문구)은 잊어버리자. 메시지는 뻔한 것이 아닌가. 고성능 자동차를 구입하여 마치 전문 레이서라도 된 듯이 운전하라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고급운전기술학교에 다니는 몇 안 되는 운전자들을 제외하면 고성능 자동차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고급운전기술학교는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100달러를 내고 경주로를 달리는 방법도이 있다. 필자를 포함한 150여명의 운전자들은 아메리카 포르쉐 클럽(PCA)의 후원으로 경주로를 빌렸고 100달러(이 비용은 트랙이나 PCA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운전자교육의 날에 참가하기 위한 수업료다. 기본적으로 여기에 참가하면 트랙을 마음 놓고 질주 해 볼 수 있다. 물론, 클럽 강사(대부분이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조수석에 동승한다. 레이싱은 아니지만 9W도로 위보다 더욱 안전하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운전기술의 한계에 이르도록 질주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공공연한 비밀은 수많은 모델별 클럽이 포르쉐 클럽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며 대부분 클럽이 여러 다양한 모델도 환영한다는 사실이다. 이 이벤트는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며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아무도 당신이 느림보 운전자인지 아니면 제2의 슈마허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추월은 직선코스와 느림보 운전자가 신호를 보낸 후에만 허용된다. 아마도 트랙으로 가는 길보다 더 안전하다. 유일한 요구조건이 있다. 바로 헬멧을 착용하고 즐겁게 배우고자 하는 의지다.

오전 7시 뉴욕 왓킨스 글렌. 안개가 자욱하게 낀 6월의 아침에 필자는 숲이 우거진 세네카 로지(Seneca Lodge)를 지나 트랙으로 향하는 길, 늘 그렇지만 각양각색의 포르쉐의 출몰에 짐짓 겸손해 진다. 필자의 애마인 83년형 포르쉐는 트윈터보와 경주용 자동차, GT2와 유개 트레일러에 실려 온 특별한 포르쉐들 중에 골동품에 가깝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중에는 문짝에 절연테이프로 번호를 그린 박스터도 있고 연간 90대도 생산되지 않는 신형 워터펌퍼(water-pumper) 996을 몰고 온 노신사들도 있으며 차량검진서를 잃어버려 쩔쩔매는 타르가의 여성 오너도 있다.

강사인 짐 루이스가 차에 오르면서 “자, 오늘도 즐겁게 시작해 보죠!”라고 말을 건넨다. 그의 열정은 필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우리 줄의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이 트랙으로 서서히 올라서자 루이스는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자동차들은 운전자의 경력에 따라 4~5개 그룹으로 편성된다. 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운전자들은 강사 없이 트랙을 일주할 수 있다. 물론, 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클래스에 속한다.“빠른 속도로 운전하려면 4가지 핵심요소가 필요해요. 진로(line)설정과 부드러움(smoothness)과 시야(vision)와 집중이죠.”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진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턴인(turn-in: 휠의 첫 번째 회전)에서부터 아펙스(apex:트랙의 안쪽 가장자리를 단축하는 지점)를 지나 트랙아웃(track-out:자동차가 트랙의 맨 바깥쪽 가장자리에 접근하는 지점)으로 이어지는 호를 그리며 주행하면서 코너를 통과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이렇게 하면 필요 이상의 스피드 손실을 제거하여 가능한 가장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올 수 있다. 빠르게 빠져나오는 것이 빠르게 진입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다. “아펙스에는 늦게 진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레이서들은 말한다. 왜냐하면 일찍 아펙스에 진입하면 턴의 3분의 2가 줄어들어 속도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아펙스를 단축하는 것’은 초보자의 경우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만약 트랙의 바깥쪽을 몇 인치 벗어나 주행하게 되면 자동차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져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은 핸들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결국엔 자동차가 빙글빙글 돌게 된다.

부드러움은 거리의 레이서들에겐 익숙한 기술이지만 초보 레이서에겐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부드러움은 새시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급제동을 하거나 가속을 하거나 핸들을 돌릴 때마다 자동차는 한쪽으로 기울거나 앞뒤 혹은 좌우로 흔들리게 된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체가 앞뒤로 흔들려 앞 타이어에 차체중량의 대부분이 쏠려 옆쪽으로 미끄러지면서 빙글빙글 돌 수 있다. 코너를 빠져나올 때 급가속을 하게 되면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 전륜의 부담이 줄어들어 조향하기 힘들어진다. 핸들을 급하게 돌리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방향선회가 어려워진다.

브레이크를 확실하게 걸되 점진적으로 하라. 코너에선 금물. 급가속을 하지 말자. 그 보다는 방아쇠를 당기듯이 압박을 가하는 것이 좋다. 핸들은 부드럽게 조작하라. 멋있게 보이려고 핸들을 획하고 이리저리 돌려대지 말자.

시야는 좀 까다로운 요소다. 우리들 대부분은 코너를 통과할 때 아펙스에 눈을 집중하면서 안쪽 트랙만 응시하게 된다. 아펙스를 가로지를 때 우리는 고개를 들고 다음 아펙스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좋지 않은 생각이다. 코너에 진입하여 아펙스에서 호를 그렸으면 트랙아웃을 바라보라. 트랙아웃의 위치가 확인되면 재빨리 다음 코너를 쳐다보라. 자동차는 운전자가 바라보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눈동자와 핸들을 잡은 손 사이엔 피드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전문가들도 고속 주행 시에는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죠, ‘아주 잘했어, 코너를 제대로 멋지게 돌았어,’ ‘나는 에이스야,’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다음 코너에 이미 와버렸고 잘못하다간 진로를 벗어나 버리죠” 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레이서만이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풋내기는 나스카 드라이버에게 좌회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물어볼 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이 이벤트는 레이싱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동차를 좀더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물론. 이들 클럽에서는 ‘Mom’s Crown Vic’ 경기에 참가하도록 하지는 않는다. 만약 스포츠 기질을 겸비한 자동차(스키랙을 장착한 빨간색 BMW라도 무방하다)를 운전하고 있다면 조만간 적합한 클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클럽 웹사이트
www.audiclubna.org (다른 차종도 환영)
www.bmwcca.org (다른 차종도 환영)
www.corvair.org (다른 차종도 환영)
www.ferrariclubofamerica.org (페라리 전용)
www.mbca.org (메르세데스, 다른 차종도 환영)
www.pca.org (포르쉐 전용)
www.jcna.com (재규어, 다른 차종도 환영)
www.porscheclub.com (다른 차종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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