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시판 ‘바이오디젤’ 친환경·가격인하 효과 全無

최근 유가가 사상최고치인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세계가 초고유가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대외 석유의존도 저하, 에너지자립도 강화, 기후변화협약 준수를 위한 방편의 하나로 전세계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따라 2년여의 시범사업을 마치고 오는 7월1일을 기해 본격 시판에 돌입하게될 친환경에너지 ‘바이오디젤(Bio-Diesel)’에 걸고 있는 국민적 기대와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가 정유사 등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들의 반발에 밀려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바이오디젤은 환경에는 물론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계륵(鷄肋)’으로 전락할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산자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라는 외형상의 실적과 명분에만 매달린 끝에 중소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의 판매루트를 사실상 국내 5개 정유사로 제한, 시범사업 기간동안 산자부를 믿고 시장확대에 매진해온 중소기업들의 목줄을 정유사의 손아귀에 쥐어줬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자부, 정유 5사 자발적 협약 유도
지난달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산업자원부 정세균 장관과 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인천경유 등 국내 5개 정유사 사장단 사이에 바이오디젤 보급확대를 위한 자발적 협약이 체결됐다.

산자부는 이날 협약에 따라 정유 5개사가 오는 7월1일부터 2년간 경유와 바이오디젤을 혼합·제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키로 했으며 이를통해 연간 9만㎘이상의 바이오디젤 시장이 창출돼 바이오디젤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또 유류세 면제를 통해 바이오디젤의 공급가격이 경유에 비해 리터당 약 7.3원 정도 저렴해져 국민들의 호응도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같은 산자부와 정유사들의 협약은 분명 국가적, 환경적 측면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엔진성능향상과 수명연장, 연비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오디젤을 경유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속을 한 꺼풀 벗겨보면 이번 자율적 협약의 이면에는 상식에서 벗어난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산자부의 발표대로 7월1일 바이오디젤의 상용보급과 함께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이 점차 낮아지고 시민들은 좀더 저렴하게 경유차를 운전할 수 있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BD0.5’는 배출가스 저감효과 없어

산자부는 지난 2002년 5월 일반경유와 바이오디젤을 각각 80%, 20%씩 혼합한 BD20의 시범보급사업 개시를 발표하며 바이오디젤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BD20이 경유대비 매연 14%, 일산화탄소 17%, 황산화물 20% 등 높은 배기가스 감소효과가 있다는 국립환경연구원의 분석결과를 곁들였다.

산자부는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디젤 1톤 사용시 2.2톤의 이산화탄소 절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에 산자부와 정유사가 자발적협약을 체결해 공급하기로 한 제품은 시범사업때 판매한 BD20이 아니라 바이오디젤을 0.5%밖에 혼합하지 않은 BD0.5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BD0.5는 친환경에너지라는 바이오디젤의 명성에 얼마나 보답할 수 있을까.

이에대해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은 하나같이 “BD0.5로는 어떠한 환경적 이득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미국 에너지국(DOE)이 발표한 BD100과 BD20의 유해물질 배출저감 효과 비교자료(표-1)를 보면 BD100 대비 BD20의 효과가 약 1/5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BD0.5는 BD20대비 최저 1/40 정도의 배기가스 저감효과 밖에 얻을 수 없는 셈으로 사실상 아무 효과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바이오디젤 연구의 권위자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박사(바이오에너지연구센터장)도 “과거 환경부의 실험결과 국내상황에서는 BD20이 환경적으로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생산량 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BD0.5가 선택된 것이겠지만 BD0.5의 공해물질 배출저감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보다 바이오디젤을 먼저 도입한 해외사례(표-4)를 봐도 독일은 BD100과 BD5%, 미국은 BD20 등 대부분 BD20이상을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BD3이 최하이다. BD0.5는 프랑스의 BD3 보다도 1/6이나 적은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혼합비율이다.

양측의 정확한 논의과정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범사업 완료를 앞둔 시점에서 어떻게든 추가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산자부가 바이오디젤의 신속한 보급확대를 원치 않는 정유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BD0.5라는 무리수가 탄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대해 자발적협약을 추진했던 산자부 석유산업과의 최정식 사무관은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업초기부터 혼합량을 높이기에는 정유사 등에서 많은 부담감을 토로했다”며 “아직 정확한 일정이 잡혀있지는 않아도 환경부 등 유관부처들과 협의, 점차 혼합비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산자부의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디젤 이란

바이오디젤이란 유기체에서 추출한 식물성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진 경유(디젤)의 대체에너지이다. 일반적으로는 유채씨, 대두, 팜(palm), 해바라기씨 등에서 뽑아낸 기름을 사용하지만 폐식용유로도 제조가 가능하다.

생산방법은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에스테르화(Trans-Esterification) 공정을 사용한다. 촉매인 메틸알콜과 식물성기름을 반응기에 넣으면 식물성기름이 유지(에스테르)로 변환되는데 여기서 글리세린(Glycerol)과 지방산(fatty acid)을 제거하면 바이오디젤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이렇게 제조된 바이오디젤만 넣어도 자동차의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일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바이오디젤과 경유를 일정비율로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100% 바이오디젤의 경우 엔진 등을 개조한 바이오디젤 전용차가 필요한 반면 혼합유는 아무런 제한없이 기존 경유자동차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두 연료의 혼합율에 의해 바이오디젤 100%를 ‘BD100’, 경유 80%와 바이오디젤 20%의 혼합유를 ‘BD20’으로 칭하게 됐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모두 수입 대두유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유동점이 낮아 겨울에 잘 얼지 않는 유채유가 최적의 재료로 꼽히고 있어 농림부가 유채 재배농가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 1원도 싸지지 않는다

이처럼 환경적인 이익이 전혀 없다면 가격적인 잇점이라도 있어야 한다. 정부의 보급의지와 관계없이 바이오디젤을 구입할 당사자는 결국 일반시민들이며 시민들의 입장에선 금전적 이득이 전혀 없는 낯선 개념의 연료를 자신의 애마에 선뜻 넣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BD0.5가 판매되는 2년간은 바이오디젤에 의해 시중의 경유가격이 낮아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사실상 바이오디젤의 원가는 경유의 제조원가에 비해 80% 가까이 비싸다. 그럼에도 바이오디젤이 경유보다 저렴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소비자가격의 50%에 달하는 유류세를 면제해 주기 때문.

하지만 BD0.5의 경우 혼합비율이 너무 낮아 가격인하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EU가 지난 2002년 조사한 바이오디젤 보고서를 보면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유채씨의 가격이 1㎏당 0.2유로(약 233원)일때 BD20은 리터당 0.033유로(약 38원), BD5는 리터당 0.008유로(약 9.3원)의 가격인하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 데로라면 BD0.5의 경우 가격인하효과는 0.9원 정도에 불과하다.(표-3)

같은 이유로 현재 정유사들도 BD0.5를 기존 경유와 동일한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낮은 혼합율에 더해 바이오디젤 혼합설비 등 추가투자가 필요하므로 가격인하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들은 또 지금도 시장포화로 인해 연간 10만톤의 경유가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BD0.5가 물량운용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와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했었던 바이오디젤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는 시범사업기간 중에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BD20 판매 주유소들에게 바이오디젤과 경유의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할 것을 강제함으로서 경유보다 BD20을 저렴하게 판매한 곳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며 “스스로 가격결정권을 지닌 지금, BD0.5를 싸게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도 표시없이 일반경유처럼 판매

시민들의 저조한 호응이 너무도 당연한 가운데 정유사는 ‘경유 95%와 바이오디젤 5%를 섞은 BD5까지 일반경유로 판단’하는 현 석유사업법에 근거하여 주유소에 바이오디젤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고 BD0.5를 경유로 둔갑시켜 판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어느 주유소에서 BD0.5를 파는지는 오직 정유사와 해당주유소만 알게되며 일반시민들의 경우 내 차에 BD0.5가 주유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다. 이는 국민들의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사실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자칫 BD0.5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 차량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연료에 의한 것임을 알리 없는 시민들이 모든 금전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BD0.5가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낸다 해도 어떤 주유소에서 주입되었는지를 확인하려면 그동안 자신이 다닌 모든 주유소를 찾아내 샘플을 얻은 후 품질검사를 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유사와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은 BD0.5로 인한 피해발생시 최종 책임소재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산자부와 정유사,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이 진정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다면 지금처럼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묻지마식 판매를 재고하고 제품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우선임을 직시해야 한다.






바이오디젤의 잇점

● 환경친화에너지
- 공해물질 배출 저감
- 미생물에 의해 무해물질로 분해
인체에 무해 (무독성)
● 저장, 배송의 안전성 상승 (높은 발화점)
● 자동차 연비향상
● 기존 디젤자동차에 즉시 활용 가능
● 엔진성능향상 및 수명연장 (높은 윤활성)




















































공정경쟁 미명하에 중소기업 ‘토사구팽’

바이오디젤 확대를 위한 석유사업법 개정과 정유사와의 자발적협약의 또다른 맹점은 산자부가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가야에너지, 비앤디에너지, 비디케이, 에코에너텍, 쓰리엠안전개발 등 중소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의 생사여탈권을 합법적으로 정유사의 손에 넘겨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산자부가 석사법을 개정,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BD0.5의 혼합 및 공급책임을 정유사로 제한하면서 기존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은 오는 7월1일이후 더이상 주유소에 바이오디젤을 판매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유사로의 제품공급에 실패한 업체들은 자체적인 생존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업체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달초 이루어진 S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입찰에서 생산능력이 가장 큰 상위 2개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서류심사에서 탈락, 입찰참가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서 업계 길들이기를 위한 고의적 조치라는 음모론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24면)

이에대해 산자부측은 주유소 판매만 제한됐을뿐 기업 등을 대상으로한 직납거래는 계속 가능하며 직납처의 경우 시범사업때와 같은 BD20을 공급토록해 정유사 이외에도 자생기반이 많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中企, 생존 위한 정유사 줄잡기

그러나 바이오디젤제조업체 B사의 관계자는 “석사법상 직납이 가능하려면 자체정비시설, 자체주유시설, 자체유류탱크, 자기차량 등을 보유해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이같은 조건을 갖춘 곳은 200여곳에 불과하다”며 “그나마도 대부분은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는 버스와 레미콘 회사여서 BD20의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생존을 위해선 정유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바이오디젤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자 SK케미칼, 남해화학, 포스코, 금호아시아나, 애경유화 등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사업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것도 중소업체들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디젤 시장에 뛰어든 C사의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산자부를 믿고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해 기술개발과 시장확대에 매진해왔다”며 “지금의 산자부를 보면 마치 토끼사냥이 끝난 사냥개처럼 우리를 토사구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라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산자부 석유산업과는 관계자는 “중소기업고유업종 지정제도가 올해로 폐지되어 제도적으로 대기업들의 진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중에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을 하고 있다.

결국 BD0.5와 관련돼 진행되고 있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BD0.5의 시판은 바이오디젤의 국내 판매량이 2005년 15,500㎘에서 올해와 내년에 9만㎘로 늘어난다는 단순 물량증대효과가 유일한 이득이다.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국민을 속여가면서 까지 반드시 얻어야할 이익은 아닐 것이다.

아직 사업이 시행되려면 2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바이오디젤 사업이 국가와 국민, 산업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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