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콘택트렌즈면 누구나 슈퍼맨

외부 디스플레이 장치 없이 운전 중 앞 유리창을 통해 자동차의 주행 방향이나 속도를 볼 수 있을까. 또는 시야에 보이는 실제 세계를 배경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을 하거나 바로 눈앞에서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최근 나노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 제조기술을 이용해 멀리 있는 물체를 줌 인해 보거나 필요한 정보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전자 콘택트렌즈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전자 콘택트렌즈가 상용화되면 슈퍼맨, 또는 터미네이터가 꼭 SF영화의 얘기만은 아니게 된다.

자료제공:중소기업진흥공단

조만간 누구나 슈퍼맨, 또는 터미네이터처럼 멀리 있는 물체를 줌 인해 보거나 필요한 정보를 눈앞에 올려놓고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대학교 전기공학과의 바박 파비즈 교수팀이 나노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 제조기술을 이용해 LED, 전자회로, 안테나를 내장한 전자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자 콘택트렌즈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이용하는 HUD(Head-Up Display)처럼 운전 중 앞 유리창을 통해 자동차의 주행 방향이나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시야에 보이는 실제 세계를 배경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을 하거나 바로 눈앞에서 인터넷 서핑까지 즐기는 것이 가능해 진다. 인간 컴퓨터 인터페이스(Human Computer Interface)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일반 렌즈에 전자부품 탑재

지난 수년 간 휴대용 전자제품들이 소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LCD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들은 오히려 크기가 커지고 있다. 정보를 편하게 읽고 볼 수 있으려면 디스플레이 장치의 크기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디스플레이 장치는 제품의 소형화에 장애물인 셈이다.

최근에는 어떠한 평면에서도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휴대용 미니 프로젝터와 고글 형태의 HUD가 선보이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나 높은 가격, 불편한 착용감 등의 단점으로 인해이들 역시 이상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그렇다면 아예 이 같은 외부 디스플레이 장치 대신 눈에 착용할 수 있는 렌즈를 이용, 각자의 시야에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이 같은 아이디어에 착안해 파비즈 교수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일반 렌즈에 전자부품을 탑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의 핵심 기술은 콘택트렌즈처럼 연한 플라스틱 유기재료에 고온에서 독성 화학제품을 이용해 제조되는 전자회로를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파비즈 교수는 나노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 제조기술에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우선 렌즈의 재료로는 플라스틱 물병에 널리 쓰이는 PET를 선택했다. 전자회로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부착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나노 크기의 초정밀 부품은 다른 기판에서 별도로 제조, 나중에 떼어내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렌즈 표면에는 정교한 전자부품 모양의 홈을 새기고, 따로 만들어진 이 전자부품들을 알코올에 섞어 렌즈 표면에 떠 있게 한다. 이렇게 하면 각 전자부품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모세관 현상에 의해 홈 안에 접안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렌즈를 일반 콘택트렌즈의 재료인 PMMA(PolyMethyl MethACRYLATE)로 감싸고, 일반 콘택트렌즈 모양으로 성형시키면 전자회로를 포함하고 있지만 눈에 착용해도 안전한 전자 콘택트렌즈가 완성되는 것이다.

사실감 있는 영상 재현

파비즈 교수가 선보인 전자 콘택트렌즈는 16개의 적색 LED와 수㎛ 두께의 금속 층으로 만들어진 전자회로를 내장하고 있다. LED는 렌즈 중앙에 위치하고 전자회로는 렌즈 가장자리에 배치됨으로써 전자회로가 시야를 방해하는 일은 없다.

현재로서는 LED를 켜고 끄는 외에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토끼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20분 동안 별 문제 없이 렌즈를 착용하게 한 바 있다.
파비즈 교수는 현재의 성과가 전자 콘택트렌즈를 만드는 기본적인 기술과 함께 렌즈가 생물학적으로 안전함을 보여주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머지않아 해상도가 낮은 수 픽셀의 기본 디스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 과제로는 현재 지름 300㎛의 LED 크기를 30㎛로 축소시켜 렌즈 내의 LED 수를 수백 개로 늘리고, 수백 픽셀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것. 렌즈 내에 태양광 전지를 내장해 라디오파뿐만 아니라 빛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얻고, 외부와 무선으로 통신하게 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파비즈 교수는 “완성된 렌즈로 보면 외부 세계를 배경으로 디스플레이가 만드는 이미지가 겹쳐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가상현실과는 달리 TV 방송에서 자막이나 그래픽을 화면에 집어넣는 것처럼 일반적인 시야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그 위에 덧입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로 눈앞에서 시야의 가장자리로 핸드폰의 발신자를 확인한다든지, 기술자가 특정 장비를 수리할 때 그 장비의 설계도를 겹쳐서 볼 수 있다. 또한 축구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움직이는 대로 각자의 이름이 따라 움직여 지금 막 득점한 선수가 누구인지 바로 알게 된다.

의료분야에서는 눈을 통해 건강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바이오센서를 전자 콘택트렌즈에 내장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전자 콘택트렌즈는 현재 폐허가 돼버린 문화 유적지를 둘러볼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현재의 모습에 겹쳐 예전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보여준다면 당시의 웅장함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 콘택트렌즈가 디스플레이 장치로서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눈이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원리와 과정을 이해, 전자 콘택트렌즈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렌즈를 통한 영상을 눈앞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보이게 하는 것이 좋은지 해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다이오드에서 방출되는 입력광의 각도를 정확히 조정하는 방법도 연구돼야 한다. 특히 일반 렌즈와는 달리 회로 동작에서 생기는 발열을 방지하도록 전력 소모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전자 콘택트렌즈의 인간실험은 아직 계획된 바 없다.

하지만 파비즈 교수는 “완성된 전자 콘택트렌즈는 일반 콘택트렌즈처럼 착용감이 좋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글_고병희 테크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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