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은 제43회 발명의 날이었다. 이 날은 조선 세종 때의 과학자였던 장영실이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測雨器)를 발명한 날이기도 하다. 특허청은 측우기 발명일인 5월 19일을 기념해 매년 발명의 날 행사를 개최, 발명 진흥에 공헌한 유공자를 포상하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KOEX)에서 열린 이번 발명의 날에는 총 79명의 발명 유공자가 훈장과 포장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연간 17만 건의 특허출원을 쏟아내는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거북선 등을 개발해 낸 선조들의 역량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발명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명제와 함께.
생활용품에서부터 첨단과학기술까지
이번 발명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남종현 (주)그래미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발명왕이다. 남 회장은 여러 가지 식물성 재료를 이용, 숙취해소 효과가 뛰어난 천연 차(茶) ‘여명808’을 개발해 냈다. 이 천연 차는 국내는 물론 세계 10여 개국에서 총 18건의 특허를 받았다.
여명808은 숙취에서 오는 두통·갈증·무기력·메스꺼움 등을 없애기 위해 808번의 실험 끝에 얻어낸 최적 배합의 산물이다. 물론 사용된 식물성 재료는 국내에 산재돼 있는 생약성분 중 숙취해소 효능을 가진 것이다.
남 회장은 각각의 생약재로부터 위 점막 보호와 두통 완화, 그리고 이뇨작용 촉진 성분을 조합해 혈중 알코올 청소율(blood ethanol clearance rate)을 높였다. 이 제품은 현재 미국, 일본, 멕시코, 가나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남 회장은 “발명은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서도 열려있는 풍부한 창조의 세계”라며 “천연 차 개발에 이어 인류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제약 사업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발명가로서의 길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박두식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기억색 재현으로 자연색의 TV 화면을 구현하는 디지털 TV용 고화질 영상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박 연구원은 이에 앞서 환경 적응 모바일 디스플레이 프로세싱 기술, 다원색 디스플레이 화소 구조 설계 및 구현 기술 분야 등에서 최근 5년간 국내 특허출원 66건, 해외 특허출원 138건 등 총 204건을 특허출원했다. 특히 같은 기간 85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등록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디지털 TV용 고화질 영상처리 기술은 디지털 TV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화질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데 활용됐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TV 경쟁력을 확보하고 브랜드력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 현실감 높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TV, 3차원 입체 디스플레이 등 실감형 TV 분야에서 누구나 갖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탑산업훈장의 주인공은 국내외 몇 안 되는 세탁기 전문가인 하삼철 LG전자 상무. 그는 세계 최초로 스팀 기술을 세탁기에 접목시켜 트롬(TROMM) 세탁기를 고안해 냈다.
사실 트롬은 세탁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트롬이 전력 및 물 소비량을 절감한 것은 물론, 고온의 스팀을 이용해 살균력 높은 웰빙 트렌드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혁신 철강공정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한 권오준 포스코 연구소장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과거 100년 동안 사용된 용광로 방식의 제철 프로세스를 대체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법은 세계 철강역사를 새롭게 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김현탁 박사는 영예의 ‘발명대상왕’을 수상했다. 김 박사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공기 중에서도 번개가 치는 현상을 부도체가 금속체로 바뀌는 현상인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현상(MIT)’ 원리로 이론화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휴대폰 배터리의 폭발을 방지하는 소자와 프로그래머블 MIT-임계온도 스위치 소자의 시제품을 개발했다. 김 박사는 관련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국제 표준화 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복싱로봇 등 우수 발명품 눈길
이번 발명의 날에는 10대 우수 발명품이 전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10대 우수 발명품들은 세계 최초의 최첨단 제품부터 레저 및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는데, 기발한 아이디어가 접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충남대학교에서 제작한 복싱로봇은 인기를 독차지했다. 역진자제어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이 복싱로봇은 충격을 받을 경우에도 스스로 바퀴를 회전시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최근 우리 사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웰빙 트렌드를 반영한 발명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한성식품은 미역, 배추, 돌산 갓, 그리고 야채를 이용해 신선하고 영양이 우수한 일명 ‘미역김치’를 선보였다. 한성식품은 현재 동결건조 김치, 브로콜리 김치 등 기능성 김치를 개발해 2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로닉의 가정용 두유 제조기는 콩의 분쇄와 가열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두유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발명품이다. 또한 에이스힌지텍의 관절형 LCD 거치대는 일반적으로 한 곳에 고정된 LCD를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한 신개념의 장치다.
태연메디칼이 개발한 일회용 척추 복원기는 고열로 인한 신경 질환 및 혈전증 등 부작용을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척추치료 때 사용하는 의료 시멘트에 의해 발생하는 고열로 환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이 제품은 척추 압박 골절 환자의 척추에 풍선 모양의 확장 기구를 넣은 후 척추 사이를 늘려 치료할 수 있도록 한 의료기기다. 이 기기를 사용하면 구부러진 척추 뼈를 거의 원형 그대로 복원시킬 수 있고, 국소 마취가 가능해 시술 당일 환자가 걸어서 퇴원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