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효율 높은 경비행기

ℓ당 42km의 연비 낼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가용 비행기 개발 경쟁

하나의 엔진, 그리고 프로펠러를 장착한 자가용 비행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30년 이상 낡은 1957년형 시보레 승용차가 매연을 뿜으며 달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대중적인 자가용 비행기인 2인승 세스나 172와 같은 기종의 평균 기령은 통상 30년에 달한다. 이 같은 자가용 비행기들은 대부분 1940년대에 개발된 4기통 피스톤 엔진을 달고 있으며, 무연이 아닌 유연 연료를 사용한다. 매연을 줄여주는 촉매변환장치 역시 없다. 특히 이 기종의 연비는 ℓ당 5.1km에 불과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자가용 비행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엔지니어 마크 무어는 이 같은 경비행기들이 하늘의 공기를 더럽히는 엄청난 오염원이라고 지적한다.

8월 2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있는 작은 비행장에서는 경비행기가 환경 오염원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미국 최초의 친환경 비행기 대회인 ‘에코 에비에이션 챌린지(eco-aviation challenge) 대회’가 열렸다. 친환경 대회답게 상(賞) 이름 역시 그린 상이다.

이번 대회에는 최대 16개 팀이 실험적이고 친환경적인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출전했다. 이들 경비행기들은 모두 최고의 연비를 내도록 튜닝 됐으며, 캘리포니아 북부에 설정된 구간에서 상승과 하강 코스 등을 비행한다. 2시간의 비행에서 가장 적은 연료를 소모한 팀에게는 5만 달러의 상금이 지급된다. 현재 2인승 자가용 비행기의 최고 연비 기록은 ℓ당 12.7km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한 고효율비행재단(CAFE)의 장기 목표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이 대회를 1시간 동안 단 1갤런(3.78ℓ)의 가솔린으로 100마일(160km)을 비행하는 사람에게 1,000만 달러의 상금을 주는 대회로 확대한다는 것. CAFE 이사장인 조종사 출신의 브린 실리는 현재 상금 마련을 위한 개인 기부자를 찾고 있다.



실리 이사장이 이 같은 목표를 설정하게 된 것은 1갤런의 가솔린으로 100마일을 달리는 자동차에 1,000만 달러의 상금을 주는 ‘오토모티브 X’ 대회에 자극 받았기 때문이다. 구글의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가 기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CAFE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린 상의 공동 설립자인 실리와 NASA의 마크 무어는 가까운 미래에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이용하듯 친환경적인 자가용 비행기를 소유하거나 손쉽게 렌트해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자가용 비행기 분야의 친환경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NASA는 센테니얼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5년간 그린 상을 포함한 CAFE의 정례대회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친환경 자가용 비행기 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오염을 많이 발생시키는 노후된 자가용 비행기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이는 여러 운송 수단 중에서 환경 규제가 가장 느슨한 것이 바로 항공 부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친환경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자동차보다 훨씬 더 공기역학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일단 이륙한 후에는 최소한의 동력으로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세스나사의 컬럼비아 300 모델은 시속 320km로 비행하지만 이때의 연비는 ℓ당 8.5km에 불과하다. 반면 항공기를 설계할 때 속도를 절반으로 낮추면 더 우수한 연비를 낼 수 있다. 일반적인 항공기 기준으로는 느리지만 근거리 도시 사이를 통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컬럼비아 300의 수석 설계자인 그레그 콜은 “시속 160km라도 교통체증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속도에 비하면 두 배나 빠르다”고 말한다.

콜은 2인승 전기항공기인 ‘가쇼크(Goshawk)’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평균 시속 164km로 비행할 수 있고, 석유로 환산한 연비는 ℓ당 186km에 달한다. 또한 슬로베니아의 항공기 제작사인 피피스트렐은 올해 말 토러스 일렉트로 2라는 글라이더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글라이더는 이륙 때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NASA의 무어는 “연비 부분에서 피스톤 엔진은 석유 에너지의 20%만을 사용하지만 전기모터는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의 90%를 사용한다”며 전기추진 방식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기추진 방식은 항공기에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장착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가쇼크의 경우 지속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을 뿐이다.

올해 에코 에비에이션 챌린지 대회에서는 석유·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개념을 빌려온 설계나 디젤, 바이오디젤, 전기 등 기존의 자동차 기술을 사용한 경비행기로 출전할 수 있다.

물론 올해 대회에서 1갤런 당 100마일(리터당 42km)을 달성하는 자가용 비행기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실리 이사장은 최소한 ℓ당 12.7km 이상의 연비를 달성해 기존 기록을 경신하는 경비행기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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