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헨슨의 아버지 짐 헨슨은 머펫 쇼를 만들었다. 머펫 쇼는 팔과 손으로 조작하는 일종의 인형극으로 지난 1976년부터 1981년까지 TV에 방영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현재 짐 헨슨 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이 당초부터 가업을 계승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는 10대 시절만 해도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취학 전 아동이 실제 과학자처럼 의문과 학습동기를 갖도록 하는 새로운 쇼인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Sid the Science Kid)’를 만들고 있다. 올 가을부터 P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이 쇼는 모션캡처를 이용, 인형극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주인공은 부모,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과학 원리를 알려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다.
세트장에서 인형 조종사의 움직임은 실시간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모션캡처 기반 애니메이션은 제작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보통 TV용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컴퓨터로 제작한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기술을 사용하면 제작시간을 수개월이나 단축시킬 수 있다.
영상의 질 또한 사실적이다. 실시간 렌더링을 사용하면 인형 조종사는 인위적인 느낌을 줄이면서 다른 인형 조종사와 즉석 연기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의 영상은 매우 신선하며, 캐릭터 간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Q: 취학 전 아동이라면 과학을 접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나?
A: 미국에서는 보통 초등학교 4학년까지 과학을 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아이가 7살이 되기 전에 과학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Q: 이 쇼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나?
A: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에서는 과학 법칙이나 사실들을 외우게 하지 않는다. 이 쇼의 목적은 아이들이 성인 과학자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즉 과학을 탐구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쇼다.
Q: 이 쇼의 캐릭터는 여러 유형의 과학자들을 반영하고 있나? 메이라는 소녀는 머리가 좋아 보이는데, 이론가를 모델로 한 캐릭터인가?
A: 우리는 사실에 기반, 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메이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도 집중한다. 하지만 이론가는 아니다. 시드는 가장 모험심이 왕성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각각의 캐릭터는 일반적인 아이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쇼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주변에도 시드 같은 아이가 있어. 메이 같은 아이도 있고”라는 말을 절로 하게 될 것이다.
Q: 이 쇼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인형 조종사가 직접 캐릭터를 조종하는데, 방법은 무엇인가?
A: 두 명의 인형 조종사가 1개의 캐릭터를 조종한다. 우선 동작을 추적하는 장치가 달린 모션캡처 카메라가 인형 조종사의 동작을 기록하면 그 동작은 그대로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에 전달된다. 이 때 또 다른 인형 조종사는 캐릭터를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전자공학기술을 사용해 캐릭터의 머리 움직임ㆍ표정ㆍ목소리 등을 연기한다.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의 목적은 취학 전 아이들이 성인 과학자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가?
A: 그렇다. 우리는 사실 1990년대 중반에 이 같은 발상을 해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같은 발상을 실현할 만큼 빠르고 저렴한 프로세서가 없었다. 지연 없이 초당 24프레임의 화면을 만들어 인형 조종사의 동작을 스크린 속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따라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엔진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다.
Q: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의 장점이라면?
A: 사실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는 다른 프로그램보다 다소 거칠고 조잡한 점이 있다. 머펫 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다. 우리의 인형 조종사들은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손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최신 기술을 사용해 즉흥 연기도 가능하다. 사전에 꼼꼼히 극본이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는 활력이 생기는 것이다.
Q: 시청자들이 일반 애니메이션과의 차이점을 인지할 수 있을까?
A: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가 더욱 실감난다. 많은 사람들이 3D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실감이 안 난다고 불평하는데, 이는 캐릭터가 발걸음을 내딛는 모양이 언제나 똑같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그런 모습을 보면 사람이 아닌 로봇이 걷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에서는 컴퓨터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은 진짜 사람인 인형 조종사나 카메라맨이다.
Q: 4살 난 당신의 딸은 이 쇼를 좋아하나?
A: 그 아이는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를 본 후 밖에 나갈 때면 언제나 매미채를 가지고 나간다. 그리고는 달팽이를 잡아 연구한다. 또한 시드 더 사이언스 키드를 통해 꽃을 꺾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꺾지 않는다. 벌써 자연을 관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