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경이 수 ㎞에 달하는 거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시나리오는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로 제격이다. 하지만 이는 인류가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재해가 아니다.
피해 규모, 특히 장기적 관점의 피해까지 감안한다면 카리나 대성운 주변처럼 은하계 저 편에 있는 거대한 미립자 먼지 구름 속에 지구가 갇혀버리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이 먼지 구름은 주로 수소가스, 작은 유기 입자, 광물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폭이 대략 150광년이나 된다.
이는 우리 태양계가 먼지 구름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데 무려 10만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천문학자인 알렉산더 파블로프 박사는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될 경우 먼지가 대기권에 축적되면서 태양에서 오는 모든 빛을 차단하게 된다”며 “그 결과 바다가 얼어붙고 식물이 멸종되는 등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완벽히 전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빙하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 저장고를 만든다고 부산을 떨지는 않아도 된다.
최소한 4,000만년 동안은 지구가 이 먼지 구름을 만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해야할 재앙의 불씨는 지구 내에 숨어있다. 바로 수중 화산이다. 파블로프 박사는 “거대 수중 화산이 폭발하면 대량의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뿜어낸다”며 “이는 자칫 우주의 미립자 먼지 구름 속에 갇히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2억5,000만 년 전 지구상의 해양생물 90%와 육상생물 70%를 사멸시킨 대멸종의 원인이 수중 화산의 폭발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단지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더라도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다.
극소수지만 일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은 이 조건에서조차 살아남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이들을 통해 지구상에 다시 생명체가 번성할 여지가 있다. 물론 이 미생물이 인간으로 진화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