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로부터 평균 7,500만km 떨어진 행성인 화성의 모든 산과 계곡의 고도를 알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일부분이며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다의 전체 면적 중 약 95%는 아직 탐사되지 않은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그 중에는 미국의 영해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 하반기 해양과학 전용 탐사선인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를 출항시킬 예정이다.
이 탐사선은 가장 심도 있는 해양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의 해양탐사에서는 불과 몇 주간의 항해를 통해 특정 가설의 검증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는 탐사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가운데 특별히 흥미로운 가설을 검증할 필요가 있을 때 멈추어 선다.
이 탐사선은 이 같은 연구 목적에 맞게 특화된 선박이기 때문에 더 많은 발견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의 해양탐사에 대해 과학자들은 ‘바다에
발가락만 담근 상태’로 비유한다. 만일 보다 깊게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면 엄청난 양의 구리나 각종 항암물질을 생산하는 심해생물 등 귀중한 자원을 발견할 수 있다.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해양학자 로버트 발라드는 “우리는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지금까지 찾아낸 것만 해도 자원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985년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발견했던 발라드는 해양대기청이 2,3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자, 낡은 군함을 해양과학 전용 탐사선으로 개조하는데 찬성했다.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의 주요 장비인 첨단 수중음파탐지시스템은 최대 6,000m 깊이의 해저지형을 고해상도의 3차원 지도로 작성할 수 있다. 이 수중음파탐지시스템을 사용하면 가장 흥미 있는 지역을 골라 탐사할 수 있다.
탐사선에는 또 HD급 카메라, 표본수집기, 투광기 등을 장착한 원격조종로봇도 실린다. 심해무인잠수정 형태의 이 원격조종로봇은 바다 속 특정 물체의 근접영상을 촬영하거나 해저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또 탐사선에 장착된 동적위치확인시스템은 탐사선의 GPS 좌표를 확인하고 엔진의 출력을 조절해 68m 길이의 탐사선이 언제나 제 위치에 머무르게 해준다. 이는 원격조종로봇을 이용한 해저탐사 때 필수적인 기능이다.
특히 해양과학 탐사선 중 가장 넓은 대역폭의 위성통신이 가능해 탐사선에 승선해 있는 과학자들과 육상의 과학자들 간에 통신을 이용한 공동연구도 수행할 수 있다.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에서 탐사된 자료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너 스페이스 센터로 불리는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임무통제본부로 전송된다.
이너 스페이스 센터로 전송된 탐사자료는 다시 미국 내 4개 연구센터로 재전송된다. 이들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은 수신된 지도정보와 비디오 등을 분석해 그 결과를 탐사선에 있는 10여명의 과학자들에게 알려준다.
이 같은 통신체계는 보다 많은 육상의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탐사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며, 탐사선에서 새롭게 발견한 내용의 가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는 시애틀 퓨젓사운드의 도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올 여름 해양대기청 소속의 엔지니어들은 이 탐사선을 타고 미국 서해안을 항해하면서 첨단수중음파탐지시스템과 원격조종로봇 등의 성능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서태평양으로 뱃머리를 돌려 새로 조성된 하와이 외곽의 파파하나우모쿠아케아 해양국립공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해양국립공원 주변의 수중산맥과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열수분출공을 탐사하는 것은 이 탐사선의 첫 임무로 최적이다. 열수분출공은 해저 지각의 틈새로 흘러들어간 물이 마그마 등의 화산활동 영향으로 데워져 약 370˚의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구멍이다.
일반적으로 해저는 햇빛이 미치지 않고 수온이 낮아 생물이 살기에 부적합하지만 열수분출공 주변은 약 20˚ 내외의 온도가 유지돼 미생물을 비롯한 각종 생명활동이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과학자들은 또한 이 탐사선이 각종 지하자원 매장지역이나 난파선 잔해, 새로운 바다생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바다생물은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유용할 수 있다. 해양대기청은 이번 탐사를 통해 발견한 모든 자료를 각 분야의 과학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바다 생태계 관리에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탐사정보 공개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의 탐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몬트레이만 해양연구소의 소장인 마샤 맥너트는 “그동안 인류의 우주개발은 비용이나 삶의 질 개선에 관한 장기적 관점 없이 맹신에 가까울 정도로 이뤄져왔다”면서 “하지만 우리 주변의 바다 속에서 인류에게 보다 유용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