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현재 세계 각국이 수소에너지에 쏟고 있는 관심은 지대하다. 하지만 수소는 에너지로서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비례해 불확실성 또한 크다.
수소 무용론자들은 바로 이 같은 불확실성을 근거로 수소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부정하거나 전체적 트렌드는 인정하더라도 방법론적으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종종 사실과는 동떨어진 왜곡된 정보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Q. 수소자동차는 달리는 수소폭탄?
A. 수소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수소폭탄을 연상하게 되면서 나타난 대표적 오해다. 수소가 폭발성 가스임에는 틀림없지만 천연가스, 석유 등 모든 종류의 연료도 폭발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오히려 수소가 여타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보다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용이하다고 말한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인 탓에 누출 후 축적되지 않고 곧바로 확산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소자동차용 수소저장용기는 일반 LPG용기와 달리 합금 실린더에 실처럼 생긴 고강도 유리 섬유나 탄소섬유를 감아서 만든다. 때문에 절대로 터지지 않는다. 단지 찢어질 뿐이다.
지난 2000 년대초 미국에서 실시된 실험에 따르면 수소저장 용기가 찢어지면서 화재가 일어나도 휘발유자동 차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바 있다. 당시 실험에서 일반 휘발유자동차는 유류 누출 후 화재를 일으키자 차체가 전소됐다.
반면 수소자동차는 수소 누출 부위에서 순간적으로 불길이 치솟았지만 2분 내에 화염이 사라져 차체나 운전자에 대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Q. 수소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수소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많다?
A. A라는 에너지를 B라는 에너지로 변환할 때는 물리학적으로 일정한 정도의 효율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는 수소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소생산 공정인 천연가스 증기개질 공정은 약 15~28%, 물 전기분해 공정은 약 15~30%의 효율이 에너지 변환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손실되는 에너지의 양이 아니다. 최종 결과물인 수소의 가치가 이 손실을 감내할 만큼 중요한가에 맞춰져야 한다.
만일 여기에 이의가 있다면 현재 우리가 상당한 에너지 손실을 감수하며 원유에서 휘발유를 만들고, 화석연료를 태워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부정해야 한다. 즉 수소의 에너지 변환 손실은 수소가 인류에게 가져 다줄 효용성과 경제적 가치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Q. 수소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다?
A. 천연가스 증기개질 방식의 실험용 수소충소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효율 수소에너지사업단에 따르면 시간당 수소 생산능력이 300㎥ 규모인 수소충전소의 수소공급단가는 1kg당 5,000원 정도다. 수소자동차에 장착되는 충전압력 350bar, 용량 70ℓ의 수소저장용기에 약 1.7~2kg의 수소가 충전 되는 것을 감안하면 1회 충전비용은 8,500원~1만원 수준이다.
주행거리 확장을 위해 상용 수소자동 차에 장착될 700bar 수소저장용기도 2만원 이내에서 충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휘발유는 연료탱크 용량 55ℓ인 소형차 1 대의 주유에 지금도 8만원(ℓ당 1,500원 기준)이 든다. 연료로서의 수소 가격은 이미 휘발유에 비해 4 분의 1에 불과한 것. 수소가 휘발유보다 비싸다는 주장은 수소 생산 기술력이 미비했던 과거의 일이다. 게다가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수소는 기술발전과 설비상용화를 통해 단가하락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수소가 휘발유를 대체하면 현재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처럼 정부세금이 부과돼 소비자 가격이 대폭 높아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휘발유 보다 비싸지는 않을 것이다.

Q. 수소 생산이 화석연료의 고갈을 부추긴다?
A.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 중인 수소의 90% 이상 은 천연가스를 수증기로 개질하거나 나프타(중질 가솔린)를 분해해 제조된다.
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두 공정이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수소 생산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는 미래에너지를 화석연료로 만드는 것을 놓고 정말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사실 현 상태라면 수소에너지는 결국 화석연료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화석연료의 고갈 속도를 한층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다. 미래의 수소는 태양열, 풍력 등 자연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제조될 예정이다. 수소가 무한에너지로 불리는 것도 이 같은 무한 자원들을 원천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 방식을 아직까지 상용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수소 제조단가가 너무 높아져 전체 수소에너지 연구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 이다. 현재의 다소 기형적인 수소생산 구조는 수소에너지의 기술발전과 상용화를 앞당겨 진정한 수소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이해하면 된다.

Q. 수소 이외의 대체에너지는 연구할 필요가 없다?
A. 종종 수소에너지를 너무 신봉한 나머지 이 같은 오해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수소경제시대란 수소가 가장 비중 높은 핵심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한 시대라는 의미이지 모든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를 화석연료시대라고 부르지만 석유나 천연가스 외에 원자력, 수력,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가 쓰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소에너지 전문가들 역시 국가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수소와 함께 바이오디젤, 메탄 하이드레 이트, 바이오매스, 태양전지 등 다양한 대체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제4세대 초고온원자로(VHTR)나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생산 공정처럼 수소와 신재생에너지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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