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빠른 무인전차

어떤 지형에서도 시속 96km 이상으로 달리고 장애물도 거뜬히 돌파

립소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시속 96km로 진흙탕을 달리고, 15m를 점프하며, 박달나무 숲도 거뜬히 돌파한다. 하지만 파퓰러사이언스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 앞뒤로 움직이는 립소는 마치 만루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번트를 대야 하는 베이브 루스 같았다. 불안한 사람처럼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인 것.

립소의 발명가인 일란성 쌍둥이 제프 하우와 마이크 하우(34세) 역시 자신들의 발명품처럼 잠시도 한 자리에 있지 못했다. 그들은 7세 때 이미 통나무집을 지었다. 10년 후에는 스쿨버스를 개조, 그들이 속한 헤비메탈 밴드 ‘투 머치 트러블’의 이동식 무대로 사용했다.

일란성 쌍둥이라는 외양 못지않게 호흡 역시 딱딱 맞아 떨어진 것. 하지만 지난 2000년 이들은 다음 프로젝트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제프는 제트터빈으로 움직이는 오프로드 트럭을 만들고 싶어 했고, 마이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무인전차를 만들고자 했다.

제프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주말 마이크가 나를 차고로 불렀습니다. 그는 이미 립소에 쓸 서스펜션을 만들어 놓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립소를 만들기로 합의를 보았지요.” 그들이 상담한 모든 엔지니어들은 아무리 잘해도 세계에서 제일 강한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최고속도인 시속 68km를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차는 내부에 탑승한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두꺼운 강판으로 차체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승무원이 타지 않는 무인전차라면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래서 그들 형제는 전차의 무게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우선 그들은 나스카 경주용 차량처럼 철 파이프를 용접해 차체를 만들었다. 이 철 파이프 차체는 기존 차체보다 50%나 강하면서도 무게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전차를 새로 만드는 경우 기존의 부품을 그냥 사용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시속 96km의 속도를 견뎌낼 수 있는 캐터필러도 없다. 그래서 하우 형제는 손으로 만든 철제 캐터필러 낱장을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조립해야 했다. 이 기술은 다른 7가지 기술과 함께 특허출원 중이기 때문에 하우 형제는 기존의 핀-부싱 방식의 연결시스템이 아니라는 것 밖에는 밝히지 않았다.

핀-부싱 방식의 연결시스템이란 핀과 베어링의 일종인 부싱을 이용해 캐터필러를 조립하는 것을 말한다. 하우 형제가 만든 캐터필러 낱장의 무게는 900g밖에 안 된다. 이는 일반 전차의 캐터필러 낱장 무게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무게를 절감함과 동시에 650마력의 V8엔진을 탑재,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9배에 달하는 톤당 마력수를 이끌어냈다. 제프의 직업은 유틸리티 플랜트의 주임, 그리고 마이크는 금융 컨설턴트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메인 주에 공장을 설립, 립소를 갈고 닦았다. 그리고는 지난 2005년 워싱턴 오토 쇼에 출품했다. 여기에서 립소는 무인지상차량(UGV)을 무기화하려는 미 육군 간부들의 눈에 띄게 된다.




덕분에 메인 주 상원의원인 수잔 콜린스 앞에서 시연회도 열었다. 그녀는 하우 형제에게 국방부 예산 125만 달러를 지원해 주었다. 하우 형제는 지난 2006년 하우 앤 하우 테크놀로지스사를 설립한 다음 립소의 다양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 시스템 중에는 양쪽 캐터필러에 적절한 양의 힘을 자동적으로 배분하는 차동구동열도 있었다. 구동열이란 엔진부터 시작해 트랜스미션, 드라이브샤프트, 차륜에 이르는 구동장치 일체를 말하며 차동구동열이란 차동장치가 있는 구동열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차량을 급선회할 때는 양쪽 바퀴의 속도를 다르게 해야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선회하게 되면 왼쪽 바퀴가 오른쪽 바퀴보다 빨리 돌아야 원활한 운전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차량의 엔진은 보통 한 개뿐이다. 이 때문에 한 개의 엔진으로 한 바퀴는 빠르게, 그리고 또 다른 바퀴는 느리게 돌릴 수 없다. 이 때 엔진에서 차륜으로 전달되는 힘을 기어장치를 통해 적절히 조절, 이를 가능케 해 주는 것이 바로 차동장치다.

특히 전차와 같은 궤도차량은 일반 차량처럼 바퀴의 방향을 휘어 조향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동장치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우 형제는 이듬해 립소를 미 육군 장비연구개발기술센터(ARDEC)에 넘겨주었다.

이곳에서는 립소에 원격조종 방식의 M-240 기관총을 달고 몇 달에 걸쳐 전체 시스템을 혹독하게 시험했다. 립소 시험을 총괄한 ARDEC의 프로젝트 관리자 바잔조트 싱은 “립소가 다른 무인지상차량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속도”라고 말했다. 실제 일반적인 무인지상차량의 최고속도는 시속 30km 수준이다.

하지만 립소의 최고속도는 험비 차량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이 무인전차는 사진을 찍을 준비를 갖추었다. 하우 앤 하우 테크놀로지스의 프로그램 관리자 윌 맥마스터는 구석에 있는 립소의 조종장치 앞에 앉아 풋볼 구장 하나 만큼 떨어진 립소가 1m 높이의 콘크리트 담을 넘어가도록 조종하고 있었다.

하우 형제는 대당 76만 달러인 립소가 올 여름이면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군용 무인지상차량 계약을 따내려는 다른 회사를 압도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마이크는 “다른 회사의 무인지상차량은 대부분 인공지능을 사용해 장애물을 피해간다”면서 “하지만 립소는 어떤 장애물이건 돌파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물을 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발명품 : 립소

발명가 : 제프 하우, 마이크 하우

비용 : 76만 달러

제작기간 : 9년

상용화 여부 : 시제품 ☆☆☆★☆ 대량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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