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신약은 우리 인체 내에 존재하는 세포, 단백질, 유전자 등의 생체조절 물질을 근간으로 하는 의약품으로 생명공학, 분자생물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바이오신약 중 유전자 치료제는 각종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치료가 가능한 유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도 우수하다. 국내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선두주자인 바이로메드는 심혈관질환 및 암세포만 공격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연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관절염, 에이즈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 이며, 암이나 심혈관질환처럼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하는 난치병에 이르기까지 점차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같은 위험성은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업체들이 직면하는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바이로메드는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첫 국산 바이오신약 개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13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독자 기술을 통해 암과 심혈관질환 등 2종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형 제약사와 달리 자금력이 부족했던 바이로메드가 주목한 것은 라이센싱 아웃 전략이다. 라이센싱 아웃이란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신약 판매권 등의 권리를 주고 기술료, 연구개발비, 로열티 등을 받는 것으로 기술력은 갖췄지만 자본력을 확보하지 못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다.
바이로메드는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정보를 공유해 온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도출되는 시점부터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바이로메드의 행보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국내 최초의 바이오신약 탄생도가 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제 VM202 임상시험 성공
바이로메드가 개발한 VM202는 허혈성 심혈관질환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신체 조직에 피가 부족한 상태를 허혈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상황이 유발되면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의 심장 질환은 물론 족부궤양 같은 다리질환도 발생한다. VM202는 인체 내 간세포성장인자(HGF)라는 유전자를 활용해 혈관·조직· 신경 등의 손상을 막고 손상된 부위를 재생하는 작용을 한다.
VM202는 간세포성장인자와 이를 치료 부위까지 전달해주는 유전자 전달체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VM202를 혈관이 좁거나 막힌 부위에 투여하면 해당 부위에 새로운 혈관들이 생성되면서 우회도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혈액의 흐름이 개선돼 질환이 치료될 수 있다. 이 같은 VM202는 미국에서 실시된 임상1상 시험에서 우수한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았으며, 최근에는 임상2상 시험 진행도 승인 받았다.
임상1상 시험은 허혈성 지체질환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미니애폴리스 심장연구 재단에서 이뤄졌는데, VM202를 16mg까지 투여했을 때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측부혈관 형성을 통한 혈류량 증가, 통증감소, 그리고 궤양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이 결과는 방사선학저널, 생리학저널 등의 국제저널과 미국 유전자치료학회, 한국 유전자치료학회 등 국제학회에도 발표돼 인정을 받았다.
바이로메드는 올 하반기 임상2상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며, 남은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오는 2015년 정식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허혈성 지체질환 환자들은 다리 절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현재 미국 내 지체질환 환자는 800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15만 명이 다리를 절단하고 있다. 특히 다리 절단 비용이 220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치료제가 개발되면 높은 매출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김선영 대표는 “VM202는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혈관망의 기능을 회복시켜준다”며 “환자에게서 얻은 임상시험의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심혈관질환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유전자 백신 개발
바이로메드는 심혈관질환과 함께 주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 정복을 위해서도 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악성 종양 치료용 유전자 백신인 VM206이 그 무기다.
VM206은 유방암, 난소암, 폐암, 위암, 췌장암 등에서 발현하는 종양 항원인 HER2 유전자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VM206을 환자 체내에 주입하면 면역체계가 강화되면서 암 세포를 공격하는 항체와 살상세포가 생성되는데, 이들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
VM206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성이다. 기존 항암제들은 암세포는 물론 주변의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수많은 부작용을 유발하지만 VM206은 암세포만 제거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안전하다.
바이로메드는 단백질을 이용한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VM501은 IL-11 단백질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항암 치료로 인해 혈소판이 파괴되는 증상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IL-11은 세포 사이의 정보전달을 담당하는 단백질로서 혈소판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도 IL-11을 이용한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가 출시된 바 있지만 부작용이 심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바이로메드는 바로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IL-11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VM501을 개발했고, 최근 중국에서 진행된 임상2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태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