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역동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보다 효율적인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도다.
특히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소와 연비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해법으로 공기저항 감소를 설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뮌헨에 있는 최신 풍동(風洞) 시험설비를 방문, BMW의 미래 전략을 들여다보았다.
유럽연합(EU)의 38개 국가들은 기후변화 협약에 의해 오는 2012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 대비 5.2% 줄여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등급에 대한 의무표시제를 들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내뿜으면 소비자나 제조사에 이익을 주고,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그만큼 패널티의 강도가 높아지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현안이 됐다.
또한 언젠가는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만큼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우 연비의 좋고 나쁨이 패널티의 항목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연료의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지금과 같은 자동차 사용의 편리함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포기 못한다면 사용의 편리함에 더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비도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해답이며, 이것이 바로 자동차 메이커들의 고민이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엔진에 관련된 기술은 거의 한계까지 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와 연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다른 부분에서 해결해야 한다. 무엇이 있을까.
최근 BMW는 본사가 있는 뮌헨에서 새로운 풍동(風洞) 시험설비를 갖춘 에어로다이내믹 테스터 센터(ATC)의 개막을 겸한 BMW Technical Day 행사를 가졌다.
풍동 시험설비란 물체의 운동을 조사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공기가 흐르도록 만든 장치를 말하는데, 이 자리에서는 기술과 디자인 측면에서 BMW가 나갈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주요 골자는 차세대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의 핵심인 공기저항의 감소, 트윈 파워 터보 차저에 대한 밸브트로닉 기술의 적용, 그리고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의 도입이다.
우선 BMW가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는 모든 자동차 회사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제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는 과제는 궁극적으로 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BMW는 더 많은 모델에서 파워트레인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더욱 감소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저항을 10% 감소시키면 연료 소비를 2.5% 줄일 수 있다.
이번 BMW Technical Day 행사에서는 차세대 자동차에서 공기역학이 디자인이나 기술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풍동 시험설비 안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실험을 지켜보면서 디자이너들은 물론 풍동 시험설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자동차의 모양과 비율에 엄청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자동차의 외부 스타일 개선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외피를 치장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나 사이드 캐릭터라인의 모양, 범퍼의 인테이크 부분이나 플랩 등 엔진 이외에 , 그리고 휠 아치 등은 자동차에 이상기류를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이 같은 세부적인 사항의 변경과 소형화 등을 통해 자동차는 공기역학적으로 더 많이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의 휠 아치는 에어로다이내믹스 효과와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적인 공기저항의 비율을 보면 자동차의 전체 면적과 모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40%, 휠 아치 부분이 30%, 에어 인테이크가 20%, 그리고 엔진 쿨링이나 브레이크 쿨링 등 다른 요소들이 10%에 해당된다.
결국 자동차 자체의 크기와 모양에 의한 공기저항은 40%이고, 나머지 60%가 다른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변화의 대부분은 자동차의 아랫부분에서 나타나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한 검증과 적용은 신형 BMW Z4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Z4의 캐릭터라인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측면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앞뒤 휠 하우스 하단부의 모양을 타이어보다 약간 바깥쪽으로 빼낸 것 역시 그 주변으로 흐르는 공기의 저항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리어 스포일러의 높이도 기존 모델보다 5mm 낮췄는데, 이 역시 고속에서 바람의 힘으로 자동차를 누르는 공기역학적인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공기저항은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자동차 시험용 풍동 시 험설비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하나는 공기역학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람에 의한 소음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공기역학 분야의 경우 자동차 광고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공기저항계수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공기저항계수는 자동차 전면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공기저항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수치가 낮으면 그만큼 저항도 낮아지게 된다.
풍동 시험설비에서 자동차를 매우 정밀한 저울에 올려놓고 바람을 고속으로 불어주면서 자동차에 작용하는 힘을 측정, 분석하면 이 같은 공기저항계수를 계산해낼 수 있다. 특히 풍동 시험설비에서는 이 같은 공기저항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력특성을 시험할 수 있다.
공력특성이란 공기의 유동 중에 있는 물체의 운동 특성들을 가리킨다. 공기 속에서 운동하는 물체는 위로 뜨려는 힘인 양력과 저항력을 모두 받는데, 이 힘들을 크거나 작게 해 효율적인 운동이 가능하도록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물체의 형상에 따라 공기저항계수의 값이 달라지며,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 및 방향도 변화하게 된다.
한마디로 풍력 시험설비에서는 자동차의 측면에서 불어오는 횡력에 의한 영향, 자동차의 밑을 흐르는 공기에 의한 영향 등 바람에 의해 작용되는 거의 모든 힘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공기의 흐름이 자동차 냉각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고, 바람에 의해 차체가 뜨는 현상을 연구,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5개의 풍동 시험설비를 운용하던 BMW가 3년에 걸쳐 약 1억7,000만 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새로운 풍동 시험설비를 다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기역학에 대한 더욱 까다롭고 많은 데이터를 비교해 가며 차세대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실현하기 위해다.
500명의 연구원이 일하게 되는 이곳 풍동 시험설비에는 날개 하나의 길이가 2m, 지름이 8m에 달하는 거대한 터빈이 엄청난 파워의 인공 바람을 일으킨다. 바 람을 일으키는 거대한 터빈의 소비전력은 4메가와트로 뮌헨 발전소에서 별도로 공급 받는다. 이 정도면 전기 다리미 약 1,000개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과 같은 전력량이다.
터빈에서 만들어진 바람은 대략 90˚ 정도로 꺾이는 4개의 코너 베인을 돌아오는 폐쇄형 에어서킷 구조로 돼 있고, 첨단 측정기능을 갖춘 센서들과 플랫 트랙이 내장된 턴테이블 타입의 테스트 장비에 실제로 자동차를 얹어 놓고 시험한다.
이 때문에 시속 30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상태에서 자동차의 공기저항과 어쿠스틱 사운드까지 실제 상황을 재현 및 측정할 수 있다. 4분의 1 스케일의 모델을 측정하는 소규모 풍동 시험설비도 함께 갖추고 있는데, 이곳 역시 플랫 트랙 시설이 포함돼 있고 클레이 모델을 제작해 즉시 시험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공기저항 외에 음향에 대한 컨트롤도 이뤄지고 있다. BMW 이미 오래 전부터 고속주행을 할 때 음향 컨트롤에 대해 연구를 이어왔는데, 자동차 곳곳에 가해지는 공기의 흐름을 읽는 장비 외에도 그들만의 장점을 살려 별도의 고속용 에어로 어쿠스틱 측정 장비가 포함돼 있었다.
더욱이 앞으로는 디자인의 프로세스마저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는 기존 데이터를 기본으로 개발된 데이터 모델을 만들고, 디자인 개발을 거친 다음 다시 에어로 다이내믹 성능 측정과 수정이 이루어지는 등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디자인 작업을 할 때 풍동 시험 설비에서의 검증 과정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과 검증 기간이 불과 3개월로 단축될 수 있다.
풍동 시험설비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타이어와 휠 하우스를 글라이딩 피시 타입으로 만들 경우 공기저항계수를 0.14까지 줄일 수 있다. 타이어와 휠 하우스는 공기저항의 주 요인인데, 이것을 매끄럽게 마감한 게 글라이딩 피시 타입. BMW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현실적으로 자동차에 적용 가능하도록 고안한 에어 커튼(Air Curtain)의 작동 원리를 공개했다.
그것은 범퍼의 양쪽 좌우 끝 안개등 위치에 있는 플랩을 비스듬히 열어 바람의 방향을 범퍼의 내측으로 돌린 다음 휠 하우스 안쪽을 통과한 바람이 마치 휠 주변에 에어 커튼을 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공기저항을 줄인, 이른바 액티브 에어로 다이내믹스라고 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실제 모델에서도 공기 저항계수를 0.27 이하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BMW가 에어 커튼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자동차는 지난해 선보인 5시리즈 GT인데, 이 자동차는 올해 말부터 시판에 들어간다.
5시리즈 GT는 신형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다. 트윈 파워라고 불리는 이 엔진은 BMW가 자동차용 엔진에 처음 사용한 밸브트로닉 시스템과 가솔린 엔진에서는 매우 고압에 해당되는 고정밀 연료 인젝션, 그리고 싱글 터빈을 가진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가 동시에 적용된 게 특징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9.8kg·m를 1200~1500rpm 사이에서 뽑아낸다. BMW는 이런 정도의 토크는 배기량이 더 큰 V8 엔진에 필적하는 것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도달 시간도 6.3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5시리즈 GT의 신형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209g/ km에 불과하고, 연비는 갤런 당 62.8마일에 달한다.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도 소개됐다. 기존 6단 자동 변속기보다 크기는 작고 무게는 줄어든 신형 8단 자동 변속기는 먼저 760i에 적용되고, 이후 BMW의 다른 소형차에서도 적용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변속기 전문업체인 ZF와 협력해 만든 이 8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든 듀얼-클러치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연비가 좋은 게 특징이다. 또한 이 자동변속기는 현재 일부 모델에 사용되고 있는 스톱 스타트 시스템과 앞으로 사용될 하이브리드용 자동변속기 모두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론 강력한 파워를 요구하는 모델에서는 듀얼-클러치 시스템이 유리하지만 연비 측면만 고려한다면 이 신형 8단 자동변속기의 효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존의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6%의 연료 소비 감축 효과를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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