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은 소형위성에서 시작됐다. 지난 1992년 우리별 1호의 발사를 시작으로 총 3기의 우리별 실험위성과 과학기술위성 1호를 성공리에 발사했다.
이후 다목적 실용위성, 즉 저궤도 지구관측 실용위성 분야에서도 1999년에 발사된 아리랑 1호가 성공적으로 운영을 마쳤고 2006년 발사된 해상도 1m급(1㎡ 면적을 하나의 점으로 표시) 아리랑 2호를 통해 고해상도 지구관측 영상을 얻고 있다.
현재는 시차를 두고 아리랑 3호, 5호, 3A호를 개발 중에 있는 상태다. 이 위성들에는 고해상도 과학카메라, 영상레이더(SAR), 적외선 카메라가 채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기상조건이나 주·야간에 관계없이 관측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영상 활용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은 우리나라가 독자적 기상위성을 보유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렇듯 선진국 기술을 추격·습득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던 위성개발은 현재 고해상도 위성영상에 대한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 수준을 넘어 해외시장으로의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강력한 의지로 늦은 출발을 극복
위성통신기술은 글로벌 IT리더를 위한 우주정보통신 분야며 정보통신 선진국에 필요한 국가 전략 핵심기술이다. 또한 통신위성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큰 공공성이 강한 분야이기도 하다.
위성 통신망은 또 지상 통신망과 연계, 입체적인 국가 정 보통신망 구축을 가능케 해 자연재해 발생시 긴급 재난방 재통신망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등 국가 안보에도 요긴한 통신시스템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우주선진국들이 21 세기 국가 안보 전략기술로 통신위성 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동시에 우주의 상업적 이용과 관련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하나로 관련기술의 확대·강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통신위성 분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출연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서 통신탑재체의 일부 핵심 부품들에 대한 지상모델 설계기술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지금껏 국내에서 제작한 부품이나 시스템을 위성에 탑재, 정지궤도 상에서 통신탑재체를 실험 및 운용한 경험은 없었다.
이 점에서 국내 개발된 최초의 정지위성인 천리안은 우리나라 위성개발 분야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특히 천리안의 통신탑재체는 순수 국내 기술진에 의해 설계·제작된 것으로 신기술 분야인 Ka 주파수 이용기술 확보, 국내 위성산업 활성화 지원, 공공통신실험서비스 제공 등 다각적 효과가 예상된다.
아직 기술자립과제 남아
이처럼 우리나라는 위성개발 분야에서 신속한 외형적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아직도 핵심 위성기술의 자립도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인공위성의 시스템 설계와 본체기술과는 달리 위성탑재체나 핵심부품의 기술 자립도는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 사업 중심으로 추진됐던 우주개발사업을 핵심기술 확보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아리랑 위성 시리즈를 지속 개발해 광학카메라, 영상레이더, 적외선 카메라 등의 탑재체 기술과 위성의 핵심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한편 이를 우주 기술 개발과 연계·통합하여 기술검증 임무를 수행하는 소형위성들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인력의 규모와 예산이 증대돼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현재 국내 우주분야 산업체 인력은 약 1,300명으로 미국의 180분의 1,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인력 역시 미 항공우주국(NASA)의 28분의 1이자 일본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JAXA)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70명 정도다.
예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현재 GDP 대비 우주개발 예산 비중이 0.03%인데 이는 미국의 11분의 1, 일본의 2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결국 우리나라가 국가적 수요를 만족시키고 기술 고도화를 이뤄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이 같은 양적 성장이 전부는 아니다. 연구개발의 질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이 기초기술을 연구하고 연구소와 기업을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산·학·연 간의 공동연구와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추진 중에 있다.
위성정보 활용 촉진해야
하지만 기술 확보도 위성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위성 정보의 활용 없이는 의미가 퇴색된다. 이에 국내 위성개발 사업은 국가 공공 수요를 충분히 고려해 추진되고 있다.
먼저 고정밀 위성정보는 재해, 재난, 지구온난화 등 지구환경 변화 대응과 농·임업, 녹색성장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아리랑 위성을 운영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한 위성 영상을 주로 해외 상용위성으로부터 수입해 왔지만 현재는 지리정보 구축, 토지 의 이용현황 파악을 위한 피복도(被覆度) 제작에 아리랑 2호의 영상을 활용하는 등 국내 위성정보의 활용사례가 크게 증가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기술개발에 급급했던 나머지 위성정보의 실질적 활용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위성정보 활용 전담기구로 지정된 항우연의 위성정보연구소를 중심으로 활용기술 확보와 대국민 서비스 체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여기에는 재해·재난·국토관리 등 위성정보 기반 핵심서비스 제공,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활용지원시스템 개발, 그리고 해외로의 영상수출 및 위성영상 산업의 지원 등이 속해 있다.
정부는 또 우주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기술 사업화에도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책사업 수행 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우주개발 사업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국내기술이 확보되면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 산업체의 기술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오는 2013년 개발 완료 예정인 아리랑 3A호의 경우 민간기업에 본체 개발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본체 주관기업을 선정하고 설계단계부터 민간기업과 공동설계팀을 구성,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 통해 향후 표준화된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이 산업체 주관으로 이뤄져 산업체의 역량 강화와 함께 세계 시장 진출에도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위성시장에 도전
2008년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매출액 기준 총 1,444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같은 해 국내 우주시장 규모는 8,640억원으로 전체시장의 0.6%에 머물렀다. 우리가 자동차, 전자제품 등 여타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할 때 매우 부끄러운 수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는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돕기 위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의 목표 과제에는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한 기술적·가격적 경쟁력 확보가 포함돼 있다. 그 효과인지 다행히 국내 인공위성 관련 산업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세트렉아이에서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소형 인공위성을, 터키에는 전자광학 탑재체와 위성부품의 수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도 위성 수출국의 반열에 오르는 성과가 있었다. 틈새시장이지만 2008년 105억 달러에 이를 만큼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소형 인공위성 분야에서 우리도 나름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위성영상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도 충분하다. 일례로 지난 2008년 아리랑 2호의 위성영상을 유럽우주기구(ESA) 및 아시아 국가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 3년간 2,2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ESA에 대한 수출은 위성영상의 품질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과 다름없는 성과다.
국제 협력과 외교적 노력
한편 위성영상 등 우주기술은 범지구적 현안에 대응하고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재해발생시 위성영상을 제공, 피해규모 파악과 재난 대처에 활용토록 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차터(International Charter)와 UN의 스파이더(SPIDER) 프로그램이 그 실례다.
이 국제협력기구의 참여국들은 과거 중국 쓰촨성 지진과 아이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자국의 위성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 재해지역 현황 파악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전 지구적 현안으로 떠오른 지구환경 감시와 지구 온난화 연구 등을 위한 국제적 공조도 다수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전 지구적 위험 해소를 목표로 기상·기후·해양·육 지·자연적·인위적 재난을 막론해 지구상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구축 중인 '전지구관측시스템(GEOSS)'에서도 핵심적 역할은 위성이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이 모든 활동들의 수혜국이었지만 이제는 지원국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 재난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일본 주도의 '센티넬 아시아(Sentinel Asia)' 프로그램에 지난해부터 위성영상을 공급하며 적극 동참하고 있고 아시아태평양우주기구회의(APRSAF)의 교육프로그램에도 지원국으로 참여 중이다.
최근에는 인터내셔널 차터에 위성영상을 제공하는 회원국 자격으로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GEOSS 구축에도 점차 참여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곧 천리안 위성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해양·기상정보를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공급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국가 위 상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위성기술은 산업적·범지구적 현안 해소에 더해 전략적 외교 활동의 도구로서도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우주외교를 우주개발 활동의 한 축으로 내걸고 중국,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과의 자원 외교에 있어 위성기술 제공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체 위성기술을 보유한 지금 우리나라도 이 이점을 살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핵심
미국, 일본, 유럽, 인도 등은 최근 잇따라 온실가스 관측위성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위성은 기후변화 연구에 대한 기여는 물론 향후 온실가스 발생량의 측정과 감시를 통해 캡앤트레이드(Cap&Trade) 방식의 탄소거래제 실행을 가능케 해줄 수 있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녹색산업을 주도할 글로벌 정책의 실현 여부가 인공위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위성기술은 이처럼 기존에 없었던 신 산업을 창출해 내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위성 분야는 흔히 스핀오프(spin off)라 불리는 타 기술분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 또한 다양한 기술분야의 시스템 종합능력이 요구돼 타 첨단산업으로부터 스핀인 (spin in) 효과를 필요로 한다. 즉 위성기술은 기계,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 등에서 세계적 역량을 지닌 우리나라에게 가장 부합하는 연구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우주기술에 대한 투자는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며 경제적 효과 이상의 큰 가치를 가진다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우주개발의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간의 노력 끝에 현재 우주선진국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예비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여기서 우주강국으로 진입할지, 아니면 도태되어버릴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현 정부의 과학기술 기본계획은 이미 우주항공분야를 국가지도기술의 중점육성분야로 선정, 우주개발에 대한 국가적 육성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정부는 또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의 후속조치로 금명간 구체적 실행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이제 '10년 내 세계 7대 우주강국 진입'이라는 비전을 향해 국민의 지지를 결집시킬 일만 남았다.
글_김영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