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에서 과학관은 창의성 배양에 최적화된 장소다. 그중 국내 최대 규모와 최신 체험형 전시물로 가득한 국립과천과학관은 대한민국 창의교육의 원천이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총 3회에 걸쳐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펼쳐지는 창의교육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세계는 지식기반 경제에서 창의성기반경제(Creativity-based economy)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영 구루(Guru)인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개리 하멜 교수가 지난해 세계지식포럼에서 던진 화두다.
미래사회는 지식이 아닌 창의성에 의해 주도될 것이며 창의 인재가 기업과 사회,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학문간, 산업간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아무리 '스펙'이 뛰어난 전문가도 창의성 없이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애플의 스티브잡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이 이를 증명하는 실례다. 뛰어난 창의인재 1명이 한 나라를 먹여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미래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입학사정관제, 차세대 과학·수학교과서 등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다. 창의성의 계발(啓發)은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된 셈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이번 여름에는 방학과 휴가 기간 동안 잠시 짬을 내 자녀, 친구, 연인들과 함께 21세기형 창의인재로 거듭나 보는 것은 어떨까. 예상 외로 가까운 곳에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을 아울러 재미와 흥미를 만끽하며 창의력을 충전시킬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과천과학관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학창의 체험
국립과천과학관의 표어는 '어린이는 20년 앞서가고 어른은 20년 젊어진다'다. 지난해 제2대 관장으로 취임한 이상희 관장이 취임 후 직접 만든 표어로서 과천과학관이 지향하는 운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가 발전의 원천이 되는 아이들에게는 창의력의 씨앗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과학·수학 기반의 창의 소양을 배양토록 함으로써 국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창의 인재 배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다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과학관이 어린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며 세대를 아우르는 과학창의의 장이 돼야 한다는 의지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과천과학관이 갈고 닦은 무기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체감형 전시물들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넘어 손으로 직접 만지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과천과학관에는 가득하다.
총 685개 주제, 2,000여점의 전시물 중 체험형의 비율이 51.6%에 달해 과학관 어느 곳을 가든 관람객의 두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전시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러한 체험형 전시물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과학·수학 현상 들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합리성, 논리성, 실용성에 기반한 창의력을 키울 수 있고 어른들도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과학원리들을 깨우쳐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특히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탐구 체험관에는 체험형 전시물의 비중이 91%나 된다. 때문에 이 전시관을 찾은 어린 아이들은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각종 과학적 지식과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이 같은 과천과학관의 철학이 주효했음은 지금까지 과학관을 방문한 관람객이 증명한다. 지난 2008년 개관이래 총 212만3,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과천과학관을 찾았는데 이 중 성인의 비중이 30%에 달한다. 6세 이하 무료 관람객을 제외하면 비(非) 성인과 성인의 비율이 2:1이나 돼 연령대에 관계없이 큰 호응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과천과학관을 가보면 전시물을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 속에 다수의 어른이 섞여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과학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풍경이다. 그중에서도 스페이스 캠프, 항공기 시뮬레이터, 지진 체험실, 태풍체험실 등에는 아이들 사이사이에 성인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과천과학관의 모든 체험형 전시물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어 관람객이 몰렸을 때 관계자가 양해를 구하면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서는 성인들도 적지 않다.
주말을 맞아 자녀와 함께 왔다는 황은정 씨는 "과학관은 아이들을 위 한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 본 후 그 생각이 깨졌다"며 "아이만큼 내 자신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 서교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한별 학생은 "처음 보는 탈것들이 많아서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재미있다"며 "재미있게 놀다 보니 학교에서 배워 외웠었던 과학 원리들이 조금씩 이해가 가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1. 대중교통 이용 국립과천과학관은 주변에 서울대공원, 경마 공원 등 유원지가 몰려 있어 교통체증이 빈번히 발생한다. 주말이면 추석이나 설날에 버금가는 교통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가용은 집에 두고 지하철을 이용해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4호선 대공원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입구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2. 사전예약 웬만한 전시물은 곧바로 관람·체험할 수 있지만 주요 탑승형 전시물들은 관람객이 일시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예약 또는 입구예약 제도로 운영된다. 과학관 방문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전시물의 예약 방법을 미리 알아두고 인터넷 예약접수가 가능한 것은 미리 예약해두자. 3. 집중과 선택 국립과천과학관은 전시관 규모도 크고 전시물 종류가 많아 하루에 모든 전시물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어 과학관을 찾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한번 보고 끝낸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찾아온다는 생각으로 관람계획을 세워야 한다. |
과학과 자연·문화·예술을 한 번에
과천과학관은 특히 전시물들을 보고 체험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과학과 문화, 예술,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과학 문화 테마파크를 구축,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서도 더할 나위가 없다.
전시관 밖의 야외로 발걸음을 돌리면 가장 먼저 녹색 식물이 가득한 1만 6,500㎡규모의 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일상생활에서 보기 어려운 각종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생태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야생화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은 로맨틱한 분위기마저 감돌아 연인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미니 수목원에서는 교외로 나가야만 가능했던 삼림욕을 해 볼 수 있으며 생태연못을 거닐며 학업과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자녀와 함께 왔을 경우 실물 크기의 공룡과 우주항공, 에너지 등의 전시물이 가득 들어선 옥외 전시장도 색다른 체험이 장이 된다. 공간이 넓어 도시락을 먹는 등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그 또한 문제없다. 과학관 내 특별전시관과 어울림홀, 앤씨홀, 큐씨홀 등에서는 다채로운 전시와 연극, 문화공연이 1년 내내 펼쳐진다. 현재는 특별전시관에서 살아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키네틱 아트계의 거장 '테오얀센'의 특별전시회(입장료 별도)가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예술과 공학 사이의 장벽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라는 주제로 총 17가지 키네틱 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이를 통해 로봇 공학 아이디어와 환경문제 등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대안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어울림홀에서 상연 중인 가족뮤지컬 '아인슈타인 W.H.Y'도 과천과학관을 찾은 가족들이 놓쳐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다. 아인슈타인이 2010년으로 오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뮤지컬 형태로 구성한 공연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특수상대성이론, 타임머신 등을 재미있게 이해시켜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간개장을 하는 8월까지는 어울림홀과 천체투영관에서 'SF영화 속 과학을 찾아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UFO, 외계인, 외계지적생명체(SETI) 프로젝트, 원자력 에너지 등 SF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가의 강연과 영화감상을 통해 과학지식 함양을 꾀할 수 있다.
'영화 감독과 함께하는 SF영화 상영회' 에서는 영화 관람에 더해 감독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영화 및 다큐멘터리 6편을 상영하는 '생물다양성의 해 기념 녹색 영상제'도 신선한 볼거리로 꼽힌다.
사전 준비와 계획은 필수
과천과학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전시물이 있는 만큼 보다 알찬 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곳은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전시물이 다양해 미리 관람동선을 계획해 놓지 않으면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할 수도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국립과천과학관 홈페이지(scientorium.go.kr)를 활용하는 것이다. 홈페이지의 '사이버 전시관'을 클릭하면 기초과학관, 첨단과학관 등에 전시되어 있는 모든 전시물들에 대한 설명과 동영상,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자녀나 자신이 관심 있는 전시물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이동동선을 계획할 수 있다. 홈페이지의 '전시관 소재-관람 메뉴'에는 연령별, 관람예상시간 별로 최적화된 관람계획이 추천돼 있으며 먼저 관람한 사람들의 방문후기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지 이때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에 따라 계획을 세우면 교육 효과는 없이 아이들에게 괜한 거부감만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고 아이들이 전시물을 직접 체험해보고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과천과학관 홍보협력과 권성철 주무관의 설명에 의하면 아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을 경우에는 기초과학관과 첨단과학관, 동물과 자연에 흥미를 보이면 자연사관, 곤충생태관, 공룡동산부터 관람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덧붙여 부모들은 자녀의 창의성 배양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관람 중 아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물론 "이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의 이름은 뭐지?", "관성의 법칙이란 무엇일까" 같은 주입식 질문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 과학자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과학자가 이런 발명품을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처럼 아이가 전시물에 접목된 과학·수학적 원리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질문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과학관 체험이 단순한 놀이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관람 후 교육이 중요하다. 집에 돌아온 후 체험기를 쓰거나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한 경험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관심 있게 본 전시물과 관련된 책을 권함으로써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면 금상첨화다.
이와 관련 과천과학관에서는 오는 8월 22일까지 수영장에서 '사이언스 워터체험 프로그램' 을 운영한다. 물로켓 발사, 풍력선 제작, 수중 생태계 관찰 등 물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과학의 원리와 필요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얻어갈 수 있다. 일반 기업들의 프로그램과 비교해 참가비가 저렴하고 콘텐츠 구성도 풍성하다. 프로그램마다 당일, 우선예약 등 참가 방법이 제각각이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